"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독일과 잉글랜드의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선심을 맡은 마우리시오 에스피노사(우루과이)가 당시의 오심을 인정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에스피노사는 6일(한국시간)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슛이 너무 빨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27일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서 잉글랜드는 독일에 1-4로 대패했다. 그러나 프랑크 램퍼드(첼시)의 슛이 정상적으로 골로 인정됐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램퍼드는 잉글랜드가 1-2로 뒤진 전반 38분 회심의 슛을 날렸고, 자블라니는 크로스바를 맞은 뒤 골라인 안으로 들어갔다가 독일 골키퍼 품으로 안겼다.
그러나 주심도 선심도 골을 알리는 휘슬을 불지 않고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어리둥절해했고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표정도 싸늘하게 식었다. 리플레이 화면상으로 공은 골라인 안쪽으로 넉넉히 들어갔다가 나왔다.
동점골을 도둑맞은 잉글랜드는 독일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치욕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결국 에스피노사는 당시 주심과 나란히 16강 이후 경기 심판 명단에서 제외됐다.
에스피노사는 "우리는 전반을 마친 뒤 드레싱 룸에서 리플레이를 보지 못했다. 경기 후 TV를 보면서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면서 "월드컵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는데 참으로 서글프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불행히도 우리에게 닥쳤다"며 안타까워한 에스피노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이 그런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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