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개통은 국내 건설사들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짧은 공기와 저렴한 비용으로 공사를 끝내자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던 것. 건국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끝낸 데 따른 건설사들의 자신감에 따른 결과이기도 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969년 418만달러에 그쳤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도로공사 수주 실적은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이듬해인 71년 1,680만달러로 급증했고, 10년 뒤인 81년에는 15억달러로 100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노동집약적 공사가 대부분이어서 이후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과 인도에 차츰 밀렸다. 92년 도로공사 수주액은 10년전의 10분의1수준인 1억3,600만달러로 급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반 도로건설에서는 좀처럼 이윤을 내기 어려워 국내 업체들은 웬만한 공사에는 아예 입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국내 건설사들은 고난도의 시공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말 삼성물산, 대림산업, 쌍용건설 등이 잇따라 수주해 공사가 한창인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의 정부가 발주한 대형 고속도로 건설 공사로 세 건설사가 따낸 공사 금액은 16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쌍용건설이 수주한 공구는 지하 고속도로(0.56㎞) 및 진입도로(0.44㎞) 등 길이 1㎞ 규모인데, m당 공사비가 8억2,000만원에 달하는 공사. 이는 당시 경부고속도로 8㎞를 깔고 남았을 금액이다.
지하 고속도로와 환기빌딩을 짓는 삼성물산 관계자는 "매립지 지하에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연약지반 처리 등 고도의 시공기술과 공정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공사"라며 "40년간 국내 건설사들이 축적한 도로건설 기술이 이제 해외에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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