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제도가 1일부터 시행돼 사용자의 급여지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교섭ㆍ협의와 고충처리 등 법에 정한 활동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면제, 타임오프제를 적용하여 예외적으로 유급 처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전임자 급여는 노조가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고착되어 왔다.
노사관계 선진화 계기
특히 노조전임자 수가 단체교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수보다 훨씬 많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와 권력화에 따른 여러 가지 불합리한 행태와 비리는 한국 노사관계의 어두운 단면이다. 단위사업장 사용자들로부터 상급단체 파견자들의 활동에 대한 타임오프를 인정 받는 것도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 위해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1997년 입법됐으나 시행은 13년간이나 유예됐다. 그러다 올해 1월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노조법을 개정하여 해당 규정을 전면 실시토록 하였다."노동법 개정은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렵다"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수많은 난상 토론과 협의 끝에 가까스로 이룬 합의로 오랜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노사관계 발전의 큰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여러 갈등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테면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겠지만, 그보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기득권을 지닌 노동계의 반발이 더 크다. 대규모 조직일수록 지금까지 노사 협약으로 보장하던 전임자 수가 상당히 감소될 것이고, 이로 인해 노조의 이해관계와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노동 무임금'원칙에 기반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국제적 관행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기업과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업무에 대해서만 지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도 노조 활동만을 하는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전임자 급여는 노조 스스로 부담함으로써 책임 있고 당당한 동반자적 노사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 정착을 위한 노사 양쪽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소극적 방어자세를 적극적 수용자세로 바꿔야 한다. 경영계는 사업장 내의 노조 활동을 노사관계와 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협력 활동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노조의 기득권을 빼앗아 노동 약화를 초래한다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조의 민주성을 해치는 관료화를 막고 노조 활동에 대한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활성화하는 노조 혁신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미래지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상생의 틀 지켜야
타임오프제는 노사 관계를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전환시킴으로써 새로운 상생의 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숱한 어려움을 딛고 모처럼 이뤄낸 노사정 합의에 기초한 이 제도가 법의 취지에 충실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선진화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가 합심해 제도의 틀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법의 본래 취지대로 노사관계가 발전, 성숙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최종태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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