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제일 중요한 일이 먹는 일이잖아요. 음식이 넘쳐나는 요즘, 아이들이 제 동시를 읽고 안 먹던 음식에 관심을 갖고 요리도 직접 해보며 먹는 일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합니다."
안도현(49) 시인이 음식을 소재로 쓴 동시 40편을 묶어 동시집 (비룡소 발행)을 내고 6일 서울 세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가 (2007) 이후 3년 만에 낸 두 번째 동시집이다.
시집에서 안씨는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들을 소재로 선택, 그것들을 의인화한 시를 주로 선보인다. 여기엔 김치, 콩자반, 샐러리 등 아이들이 꺼리는 먹을거리가 다수 포함돼 있는데, 이들 음식을 아이들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형상화하는 안씨의 상상력은 '골고루 먹기'를 강조하는 여느 계몽적 구호보다 효과적인 듯하다.
'콩아 콩아/ 까만 콩아/ 내 젓가락 끝에/ 매달려 봐// 매달릴 수 있어?/ 네 손을 뻗을 수 있어?// 젓가락 끝에 안 매달리면/ 내가 냉큼 집어 먹을 테야'('콩자반')
단어 반복, 의태ㆍ의성어를 통해 소리내어 읽는 맛을 살린 동시도 여럿이다. '배추는 배추대로 무는 무대로 당근은 당근대로 참깨는 참깨대로// 사이좋게 동동/ 고루고루 동동'('물김치')
누구나 풍요로운 밥상을 받는 것은 아님을 아이들에게 깨우치기도 한다. '한 숟가락도/ 남기지 마라/ 한 숟가락 남기면/ 밥이 울지/ 밥 한 숟가락도/ 못 먹어 배고픈/ 아이들이 울지'('밥 한 숟가락')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고 요리하는 일도 즐긴다"는 안씨는 이태 전 냈던 아홉 번째 시집 에도 향토 음식을 소재로 한 시 20여 편을 실은 바 있다. "시 창작 강의를 할 때도 '음식을 잘 만들어야 시를 잘 쓴다'고 말하곤 한다. 하다못해 라면을 끓여도 자기 식대로 요리하려는 생각이 창의적 시 쓰기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안씨는 "동시는 아이들이 가질 법한 엉뚱함의 힘으로 쓰는 것이라 굉장히 신나는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니까 '토끼는 ○○○○'이라고 해놓고 '깡총깡총'이란 정답을 요구하던데, 나만 해도 산이 아닌 토끼장에서 토끼가 '엉금엉금' 기는 모습만 봤다"는 그는 "그런데도 이런 상투적 표현과 생각을 답습하는 동시들이 여전히 많으니 요즘 아이들이 공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내 동시 창작 풍토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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