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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낸 양승태 교수/ "밀레니엄 광풍 보며 국가정체성 관심, 단기연호 되살려 민족정신사 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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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낸 양승태 교수/ "밀레니엄 광풍 보며 국가정체성 관심, 단기연호 되살려 민족정신사 이어야"

입력
2010.07.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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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노와 사 등 한국사회에서 갈등관계에 있는 집단들은 자주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상대를 폄훼하곤 한다.

정치사상사를 전공한 중도성향의 정치학자 양승태(61)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국가정체성을 다룬 (이화여대출판부 발행)를 냈다. 양 교수는 국가정체성을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이 어떤 이상과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 인간이 청소년기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성인이 되듯 한 국가의 이상과 가치가 어떻게 확립됐는지를 해명해야 국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 2권의 책을 더 내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명을 시도할 계획. 는 그 서설 격에 해당하는 책으로 국내외 국가정체성 연구동향, 헌법과 국가정체성의 관계, 연호(年號)와 국가정체성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양 교수는 국가정체성이 혼란이 생기는 이유로 헌법을 지목했다. 그는 "헌법의 이념적 기원을 3ㆍ1운동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근본적인 문제가 표출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주권'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이념이 조선조의 건국이념과 단절됐다는 것이다. 조선의 성왕지치(聖王之治)나 대한제국의 황제주권론 등 기존 통치이론의 결함에 대한 논의 없이 헌법이 제정된 과정도 비판받을만한 대목이다.

양 교수는 헌법이 규정하는 권력구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을 떠받치는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본론 격이 될 다음 책에서 그는 국민주권, 공화주의, 인권 등 우리 헌법을 구성하는 원리를 성리학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조선후기의 정신사적 흐름과 관련지어 설명할 생각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뿐 아니라 통일한국의 정체성으로도 관심을 넓혀 '단기(檀紀) 연호'의 부활을 제안하기도 한다. 해방후 사용하다가 5ㆍ16 직후 단기연호를 폐기한 남한이나 단기연호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으며 서기와 주체연호를 사용하고 있는 북한 모두 민족정신사와 단절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 교수가 국가정체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때는 1999년 무렵이다. 정치인, 대중매체, 지식인들이 '밀레니엄' 광풍을 부추키는 현상을 보며 한국인들의 서구에 대한 정신적 종속성을 확인했고 자연스럽게 국가정체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양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스스로 내세우는 이념의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비이념적 대립일 수도 있다"며 "그런 대립의 역사 및 정신사적 연원과 변화과정에 대한 탐구를 통해 국가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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