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한나라당 7ㆍ1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13명은 공식선거 운동 첫날인 5일 첫 TV토론회에 참석해 당 쇄신과 계파 화합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실제로는 계파 세대결과 줄세우기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말 따로 몸 따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후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6ㆍ2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과 당 쇄신방안에 대해 포부를 밝히며 초반 기선잡기에 나섰다.
친이계 안상수(4선) 후보는 "변화와 개혁, 화합과 상생의 정치로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범친이계 홍준표(4선) 후보도 "선거 패배는 우리가 화합하지 못하고 국정운영에서 독주했기 때문으로 당 대표가 되면 화합을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현재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의 신경전은 특히 날카로웠다. 먼저 안 후보가 홍 후보가 원내대표를 맡았을 당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국회 상임위 상정을 놓고 벌어진 폭력 사태를 거론하며 "아무 책임이 없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홍 후보는 "(안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에는) 1년 내내 밀어붙이지 않았느냐"고 반격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미디어법은 홍 후보가 처리하지 못한 것을 처리한 것이고, 예산안 처리는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맞섰다.
이날 다른 후보들도 계파 갈등을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쟁권 재창출을 위해 당내 화합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친이계 재선의 정두언 후보는 "친이계도 독점을 버리고 박 전 대표도 국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고, 친박계 재선 이성헌 후보도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계파 갈등의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립 성향의 의원들은 계파 척결을 앞세웠다.
남경필(4선) 후보는 "계파를 없애고 간판 공격수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고, 초선의 김성식 후보는 "계파 독식에 책임 있는 분들은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는 "선거에서 민심이란 따끔한 회초리 맞았다"며 민생 챙기기, 소통문제 해소, 계파 척결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후보들 다수가 선거캠프를 통해 사실상 계파간 세(勢)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당의 쇄신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계파별로 당협위원장을 줄세우는 등 조직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홍준표 서병수 이성헌 후보는 여의도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며 세 몰이에 착수했다. 특히 친박계 서병수 이성헌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개소식에 참석한 점을 은근히 과시했다. 안상수 정두언 이혜훈 김성식 후보 등도 개소식을 열지 않았을 뿐 선거사무소를 여의도에 마련한 상태다. 아예 일부 의원들은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당헌ㆍ당규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을 공공연히 돕고 있는 실정이다.
한 초선 의원은 "후보들이 돈 쓰는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계파 정치를 없애겠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전화를 걸어와 계파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읍소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당내 계파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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