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구미호가 왔다. KBS 2TV 미니시리즈 '구미호: 여우누이뎐'이 5일 방송을 시작했고, SBS 새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 구미호'도 다음달 방송된다. 꼬리를 아홉 개 단 천년 묵은 여우는 각각 한은정('여우누이뎐')과 신민아('내 여자친구…'). 두 마리 섹시한 구미호의 시청자 홀리기 경쟁이다.
'여우누이뎐'은 지난해 KBS 드라마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친숙한 구미호 스토리에 모성과 복수극의 요소를 더한 사극이다. 사람이 되려고 인간과 결혼한 뒤 10년을 기다린 구미호는, 10년이 되는 전날 밤 약속을 깨뜨린 남편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10살이 돼야 완전한 구미호가 되는 반인반수 딸의 안전을 위해 집을 떠난다.
한을 품은 구미호라는 바탕 설정은 기존의 구미호와 같지만, '여우누이뎐'은 위협을 받는 쪽이 구미호라는 점에서 색다르다. 새로 몸을 의탁한 남자의 집엔 죽어가는 딸이 있는데, 이 남자는 딸을 살리기 위해 구미호 딸의 간이 필요하다. 간을 꺼내 먹고 먹히는 관계를 뒤집음으로써, 호러에 모성애가 더해진 독특한 구미호가 탄생했다.
'내 여자친구…'는 훨씬 발랄하다. 5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구미호가 봉인이 풀려 부잣집 손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미남이시네요' '쾌걸 춘향' 등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홍정은ㆍ홍미란 작가가 그려내는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무시무시한 구미호가 쿨한 현대여성으로 둔갑해 살 떨리는 연애를 펼친다. 지난해 '찬란한 유산'으로 인기를 얻은 이승기가 구미호에 홀딱 반한 남자 주인공 역을 맡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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