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성실하게 근무하며 10여 차례 표창까지 받은 경찰이 단 한번 향응을 받은 이유로 해임됐다면 지나친 것일까.
1990년대 초 순경으로 임용된 A씨는 2007년 경기 K경찰서 강력팀에서 경사로 근무하던 중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정모씨를 수사했다. 얼마 뒤 정씨의 지인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이 들어왔고, 결국 A씨는 정씨와 일식 식사와 룸살롱 술자리까지 함께 했다. 이 사실을 적발한 경기경찰청은 A씨가 성접대를 포함한 54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며, 공무원에게 가장 큰 불명예인 해임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사건 청탁과 성접대는 없었고, 적법하게 조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본의 아니게 술자리를 가진 것에 불과하다"며 해임 무효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16년 경찰 생활에 비춰 해임은 지나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하지도 않았고, 향응 수수액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이대경)는 "경찰은 수사를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일반 공무원에 비해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원심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성접대를 받지 않았다 해도, 수사 중인 피의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비위 정도가 매우 중하며, 그 금액도 결코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무와 관련된 향응 접대에 대해 엄격한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더 큰 국민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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