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평등은 대학입학 때까지만 이다. 대학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여성은 남성에 비해 큰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력의 질은 이미 고급화되었지만 결혼, 육아, 사회적 편견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성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4일 통계청이 펴낸 '201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82.4%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10년전(2000년)만해도 대학진학률은 남성(70.4%)이 여성(65.4%)보다 높았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이후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여자가 공부해서 뭣하냐'는 식의 낡은 관념은 사실상 소멸됐고, 교육기회 측면에서 양성평등은 사실상 달성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평등은 여기까지였다. 실제로 직업을 갖는 비율을 보면 남녀간 차이가 여전하다.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15세 이상 인구 중 일을 하거나 구직활동을 한 사람의 비율)은 49.2%를 기록하며 5년 만에 다시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73.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000년(25.6%포인트)에 비해 거의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여성들이 얻은 일자리는 질적으로도 남성보다 크게 낮았다. 남성은 전체 근로자의 46.2%가 상용 임금근로자인 반면, 여성의 상용직 비율은 31.2%에 불과했다. 반면 임시직 근로자 비율은 여성(30.6%)이 남성(15.4%)에 비해 두 배나 많았고, 11.9%인 여성 무급 가족종사자의 비율도 남성(1.3%)의 9배에 달했다.
다만 제도적으로 차별이 불가능한 공공부문 채용시험에선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의 60%가 여성이었고, 지난해 행정고시 합격자의 46.7%, 사법시험 합격자의 35.6%가 여성이었다.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수도 크게 늘어, 전체 의사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14.6%에서 2008년 21.6%로 증가했다. 여성 한의사의 비율도 90년 5.9%였다가 2008년 15.7%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조현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학력이 높아졌음에도 여성들이 여전히 가정에서 육아나 가사 노동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대졸 이상 여성들은 출산 후 경제활동에 다시 참가하더라도 예전만큼 질 높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또다시 집에서 쉬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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