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고속버스가 인천대교 연결도로의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해 1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버스의 부주의한 운전과, 엔진에 이상이 있는 승용차의 운행을 강행한 운전자의 안이한 안전의식이 빚은 인재다.
3일 오후 1시 15분께 경북 포항시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천마고속 소속 28인승 버스가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영종IC 부근에서 2차로에 고장으로 서있던 김모(45ㆍ여)씨의 마티즈 승용차와 가드레일을 연이어 들이받고 도로 오른쪽 10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 탑승자 24명 중 설해용(60)씨 등 승객 12명이 숨지고, 운전사 정모(53)씨와 승객 11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하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인천대교 톨게이트를 통과해 공항방향으로 500m 정도 진행한 지점에서 발생했다. 앞서 달리던 1톤 화물차가 도로 중간에 멈춰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의 좌측 뒷부분을 들이받고 1차로(왼쪽)에 비켜 선 상태에서 뒤따라 오던 버스가 이들을 피하려다 승용차의 우측을 들이받은 뒤 중심을 잃고 83㎝ 높이의 철제 가드레일을 뚫고 아래로 굴렀다. 사고 당시 버스는 시속 100.2㎞로, 화물차는 80㎞로 달린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화물차 운전자는 경찰에서 "마티즈가 달리고 있는 줄 착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마티즈 운전자 김씨는 2차선에서 차가 멈추자 비상등을 켜놓고 하차해 안전지대에서 보험회사에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특히 김씨는 톨게이트 통과 직후 차량 이상으로 2~3분 정차했고, 이때 인천대교㈜ 직원이 차량점검을 권고했는데도 다시 출발했다가 중간에 차가 멈추자 10여분 간 도로 가운데에 차를 세워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속버스가 추락 당시 전복하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승객들의 안전벨트 착용여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상자 일부는 "잠자면서 안전벨트를 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10m 아래로 뒤집히며 굴러 안전벨트를 착용했다고 해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버스 운전사 정씨와 원인을 제공한 마티즈 운전자 김씨를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불이행에 해당하지만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기소는 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운전사는 전방주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안전거리도 확보하지 않아 사고에 주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버스추락지점과 엿가락처럼 휘어진 가드레일 상태를 본 유가족들은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유가족대책위원회 황병원(54) 위원장은 가드레일을 양 손으로 흔들며 "이렇게만 해도 뽑히겠다. 흙에다가 형식적으로 박아 놓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가드레일의 높이와 강도 재질 등의 설치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시공사와 감독기관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또 정확한 사고원인을 가리기 위해 버스에서 확보한 타코미터(운행기록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인천= 김창훈기자
남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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