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죽긴 왜 죽어. 아까워서 우리 손주들 어떻게 본다냐…."
3일 오후 8시께 인천 인하대병원 응급실 입구. 아들 임찬호(43) 경주대 교수 가족의 갑작스런 사고 앞에 70대 노모는 응급실 안으로 차마 가지 못하고 벤치에 주저앉았다.
큰 손자 성훈(10)군과 막내 손녀 송현(4)양의 시신, 그리고 천운으로 살아남은 둘째 손자 성준(8)군이 있는 응급실. 이미 적십자병원과 성인천한방병원에서 아들과 며느리의 싸늘한 주검을 본 뒤라 더 이상 이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이미 사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병원으로 달려온 임 교수의 여동생과 가족들은 그런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통곡했다.
이날 발생한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사고로 참변을 당한 임 교수 가족의 시신은 12시간이 넘도록 각기 다른 병원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보다 못한 유가족이 가족의 시신을 모두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유가족은 "숨을 거둔 아이들을 냉동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병원을 옮길 때까지 사실상 방치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막내 성준이는 응급실에서 부러진 어깨뼈를 치료받고 일반병실로 옮긴 뒤에도 할머니에게 "엄마, 아빠는 어딨어"라고 연신 물었다.
둘째 손자 돌잔치를 보기 위해 사고 버스에 올랐던 설해용(60)씨는 부인(57)과 딸(39), 외손자(5)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설씨와 딸은 목숨을 잃었고, 부인과 외손자는 중경상을 입었다. 영종도에 근무하는 아들은 "다리만 건넜으면 되는데, 그걸 못 참고…"라고 울먹였다. 아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 상사는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다 지금은 탈진상태"라고 전했다.
함께 해외출장을 가던 서인국(52)씨 등 포스코 직원 4명도 사고를 당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4일 오전 유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합동분향소와 유가족 대기소 설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과는 별도로 경북 포항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사태 파악과 수습에 나섰다. 사고 버스의 승객은 모두 포항(18명)과 경주(6명) 거주자였다.
김창훈기자
남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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