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냉전시대에 버금가는 장기고정스파이, 소위‘딥 슬리퍼(deep sleeper)’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성과가 근래 상당하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익명의 정보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3일 보도했다.
구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러시아 대외첩보부(SVR)는 런던에 30~35명의 정보요원을 침투시키고 있으며, 이는 KGB때 인원과 비슷하다. 실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 파견된 에스토니아 외교관이 러시아 스파이로 밝혀졌던 사례가 있었다. 그를 통해 러시아로 전해진 정보는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NATO에 피해를 줬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영국의 정보당국인 국내정보국(MI5)의 스텔라 리밍턴 전 국장도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스파이들은 KGB 시절과 같은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영국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앞서 전 KGB 간부는 “미국 내 러시아 스파이는 최소 100명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11명의 지인들은 “전혀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뉴욕의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이 영국에 있을 때 결혼했던 전 남편 알렉스 채프먼은 “안나는 KGB 간부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파이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나가 이혼 후 1년간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 로렌트 탤루어는 “착한 여자이고 전혀 의심스러운 점이 없었다”며 “미국 감옥에서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 교외에서 생활했던 부부 스파이 리처드 머피, 신시아 머피는 이웃의 아이를 봐주고, 하이킹을 즐기는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해왔으며, 그들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이웃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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