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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장불만 너무 모르는 경찰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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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장불만 너무 모르는 경찰 수뇌부

입력
2010.07.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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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스스로 112신고를 하고 출동하는 일은 절대 없다."

2일 오전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한국일보의 기획시리즈 '흔들리는 경찰'(1일자 5면)에서 지적한 성과주의 부작용 사례에 대해 이렇듯 자신 있게 해명했다. 증빙자료가 있는 112신고 건수만을 실적으로 인정하고 허위 실적에는 감점과 징계를 하고 있어 경찰관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의 얘기는 달랐다. 교통사고를 목격한 경찰관이 있다고 치자. 112신고에 따른 출동이 실적점수로 인정받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개인휴대폰이나 공중전화를 이용해 112 신고를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경험이 있는 경찰관이 들려준 얘기다. 한 지구대 경찰관은 "증빙자료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청장은 절대 모를 편법이 무궁무진하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실적이 떨어지는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은 비번으로 쉬는 날에도 '건수' 하나를 건지기 위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렇게 발버둥쳐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불려가 질책을 듣는 게 다반사다. 자다가 새벽 1시에 "감찰"이라는 전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기도 했다는 일선 경찰관의 이야기에 "승진은 늦어도 정년은 보장되지 않느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 일도 있다.

지난 주 조 청장이 겪은 촌극은 경찰 수뇌부와 현장의 괴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양천서 고문사건 등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마련된 인권교육 자리에서 조 청장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던 일선서의 한 형사과장은 마음에 담아둔 말인 듯 뜬금없이 "일이 너무 많아 힘듭니다"고 했다고 한다.

성과주의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 폐단을 돌보지 않으면 그 제도는 빛을 잃고 말 것이다. 제도의 장점을 내세우기 전에 현장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길 권한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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