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새 장을 열었던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명예로운 퇴장을 선택했다.
허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혼선을 줄이기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2년 6개월 동안 지쳤고 부족한 점을 되짚어보고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재계약 포기의 변을 밝혔다.
지난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허 감독은 기성용(21ㆍ셀틱), 이청용(22ㆍ볼턴) 등 신예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소통과 화합'으로 요약되는 리더십으로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결실을 맺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의 공로로 계약 연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조중연 회장 등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도 '허정무 체제' 지속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허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다. 월드컵 기간 코칭스태프에게는 대회가 끝난 후 결과에 상관없이 시간을 갖겠다는 얘기를 해왔다. 대한축구협회의 제안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물러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축구에 큰 빚을 졌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떻게든 공헌하고 싶고 방법은 많다고 생각한다. 내 몸이 움직이는 한 축구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축구계에 복귀할 것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K리그 사령탑 및 유소년 지도자 모색설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사견임을 전제로 후임 사령탑이 국내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후임에 대한 질문을 받고"민감한 부분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국내에 있는 유능한 분들이 뜻을 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지나치지 않는 한도에서 돕고 싶다. 대표팀 선수들은 능력 있고 발전하고 있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정진하기를 바란다"고 후임 사령탑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내주 기술위원회를 열고 허 감독 후임 인선을 본격화한다. 현재 정해성 수석 코치와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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