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 경질, 그리고 아름다운 퇴장까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각국의 희비가 교차되면서 사령탑들의 운명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 찬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졸전 끝에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경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허정무 감독과 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은 재충전의 시간과 휴식을 이유로 스스로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과 브라질의 카를루스 둥가 감독 등은 월드컵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각종 기행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보란 듯이 이번 대회 4전 전승으로 팀을 8강에 올려 놓은 마라도나 감독은 "예전에는 나를 우둔한 감독이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훌륭한 감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통산 여섯 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브라질의 둥가 감독 역시 2일(한국시간) 자국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결과, 2006년 감독을 맡은 이래 가장 높은 69%의 국민적 지지도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독립한 이후 처녀 출전한 이번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일군 블라디미르 바이스 슬로바키아 감독, 28년 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등 강호들과의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고 3무를 거둔 리키 허버트 뉴질랜드 감독도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반면 한국과 같은 B조 사령탑을 비롯해 우승 후보를 이끌었던 '명장'들은 줄줄이 옷을 벗어야 했다.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04) 우승을 이끈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은 지휘봉을 포르투갈 출신의 페르난도 산투스에게 넘겨줬고, 나이지리아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은 사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각각 2무1패, 1무2패의 참담한 성적으로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리피와 도메네크 감독의 후임에는 체사레 프란델리, 로랑 블랑이 각각 내정됐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44년 만의 우승 꿈을 산산이 깨버린 파비오 카펠로 감독에 대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고,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을 안겼던 카를루스 파헤이라 남아공 감독도 월드컵 사상 '개최국 첫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dpa통신은 이번 대회에서 3전 전패를 당한 카메룬의 새 사령탑에 독일의 축구 영웅 로타어 마테우스가 내정됐다고 전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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