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신군부에 의해 누명을 쓰고 교직을 박탈당했던 중학교 교사가 30년 만에 복직을 신청했다. 국가보안법과 계엄법 등 위반 혐의로 억울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무죄 선고를 받은'아람회 사건'피해자 박해전(56)씨가 주인공이다.
박씨는 6월 24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취임준비위원회를 찾아가 복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1981년 7월 19일 서울 용문중학교에서 임시교사로 근무하던 박씨는 집에서 밤늦게까지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채점하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돼 끌려갔다. 고교 동창의 딸인 아람이의 백일잔치에서'아람회'라는 반국가단체를 결성했다는 혐의였다.
박씨 등이'광주사태에 대한 진상'등의 제목으로 신군부의 5.18 진압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주민들에게 배포한 것을 문제 삼기 위해 거짓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30일이 넘도록 고문을 당했고, 검사 앞에 끌려간 뒤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검사로부터 뺨을 맞기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졸속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그는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으나 용공조작 사건이라는 국내외의 거센 여론 덕에 감금된 지 2년 반 뒤인1983년 12월 석방됐다. 하지만 직업을 구할 수 없었고 인간관계도 모두 끊겨 괴로운 삶은 계속됐다. 아람회 사건에 연루돼 함께 구속된 이 중에는 고문 후유증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이도 있다.
박씨는 2000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아무론 통보를 받지 못하다가 2007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아람회' 사건에 대해 재심 권고로 2009년 5월 사건 발생 28년 만에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당시 법원은 "법관이 진실을 밝히고 지켜내지 못함으로써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억울하게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견뎌 온 피고인과 가족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고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판결문에 명시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박씨는 공주교대를 졸업하고 숭실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서울 용문중학교에서 6개월간 임시교사로 도덕을 가르쳤고 다음 학기 정교사 임용을 앞두고 있었다. 박씨는 "늦게나마 누명을 벗을 수 있어 기쁘지만 30년 전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이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복직 신청서를 낸 것일 테다. 그는 "교단에서 참교육을 실현하고 싶은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며 "뒤늦게라도 그 꿈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됐고 5,18 유공자로 인정받은 점 등을 들어 교권회복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일이라 관련 기록이 학교 뿐 아니라 시교육청에도 남아 있지 않아 그의 교사신분 공식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박씨는 "판결문 당시 교사였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어 심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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