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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메시지] "반복되는 위기, 역사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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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메시지] "반복되는 위기, 역사에서 배워라"

입력
2010.07.0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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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유행한 영화 중에'사랑의 블랙홀'이란 것이 있다. 거만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주인공은 지방 출장 중 매일 아침 눈을 떠도 어제와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이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주인공은 똑같은 일상에 지루해하지만, 매일의 경험을 교훈삼아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해가면서 사랑도 얻고 새로운 인생을 맞게 된다는 게 줄거리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어려움은 최근 남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번지며 지속되고 있지만, 이제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이미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는 세계 금융위기의 원천이 된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투자 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외화유동성 문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10여년 전 외화 문제로 엄청난 시련을 겪은 우리나라가 왜 또 이런 위기에 처했는지에 대해 깊이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필자는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외화대출과 파생상품 투자를 권유했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위험을 간과한 채 엔화대출을 많이 쓴 기업들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점이나, 2008년 큰 이슈가 된 키코 사태도 환율이 한쪽으로만 움직일 것으로 보고 투자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그런데도 놀랍고 아쉽게도 금년 초 금융기관들 간에 다시 외화대출, 특히 엔화대출 경쟁이 벌어졌다. 차입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낮은 금리의 외화대출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후 원ㆍ엔 환율이 연초에 비해 크게 상승하면서, 엔화대출자들이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급격한 외화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화대출의 용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발전에 있어서 국제화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우리나라가 개방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맞는 적절한 안전장치는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E. H. 카아는 그의 저서'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설파한 바 있다. 반복되는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은 우리가 '과거와의 대화'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윤용로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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