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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정성이라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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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정성이라는 맛

입력
2010.07.0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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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비장의 요리' 한두 가지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남자도 감동시킬 수 있는 '레시피(recip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셰프(chef)'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통해서 자신의 맛을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날이 더워지면 '시인표 어죽' 한 그릇 먹으면 좋겠다는 벗들의 주문이 들어온다.

어죽(魚粥)은 생선으로 쑤는 죽이다. 민물고기를 넣어서 쑤기도 하고 바닷고기를 넣어 쑤기도 한다. 어죽은 쌀죽과 달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이다. 발품 손품 또한 꽤 많이 팔아야 한다. 이른바 '슬로 푸드(slow food)'인 것이다. 시인표 어죽은 내가 잘 쑤는 '참가자미 어죽'이다.

동해안 참가자미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선이어서 어죽으로 내놓아도 누구나 좋아한다. 크고 싱싱한 놈으로 손질을 해서 푹 끓인다. 한참을 끓이다보면 닭백숙과 같은 구수한 내음이 난다. 그때쯤 고기를 건져 가시를 발라내고 체를 받쳐 고기 살을 깨끗하게 으깬다.

그 다음엔 찹쌀을 참기름으로 볶다가 푹 끓이면 된다. 당근을 잘게 썰어 색감을 내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들깨가루를 넣고 끓이면 더 구수하다. 참가자미 어죽의 레시피는 간단하지만 맛은 최고의 여름 보양식이다. 비법 하나! 시인표 어죽에서 내가 가장 정성들이는 맛은 '정성'이다. 그 맛이 누구나 쉽게 감동하는 최고의 맛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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