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맨스필드 지음ㆍ이광조 옮김/이후 발행ㆍ484쪽ㆍ2만3,000원
2006년 하버드대 총장 로렌스 서머스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성취도가 낮은 것은 선천적인 능력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가 성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고 결국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때 서머스를 지지한 소수 중에 이 책의 저자, 하비 맨스필드가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그는 미국 우파의 대표적 논객이자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다. 그는 서머스야말로 '남자다운 남자'라고 옹호했다.
여기까지만 듣고도 맨스필드에게 반감을 느끼는 독자가 를 읽으면 격분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2006년 이 책의 미국 출간 당시 페미니스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시대착오적인 주장일 뿐 아니라 위험한 궤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럴 줄 알고 쓴 책이다.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두렵지 않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 또한 남자다운 일이 아닐까. 남자다움은 맞서 싸우는 것, 그리고 세계에 홀로 맞서는 것을 사랑한다."
양성 평등의 깃발 아래 '버려진' 남자다움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그는 "남자다운 남자는 버려야 할 나쁜 태도라고 보는 성 중립적인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남자다움의 본질과 가치를 밝혀 그동안 '부당하게 멸시받고 억압당한' 남성다움의 미덕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남자다움은 가부장적 전통이 가르친 성 차별적 스테레오타입이라는 주장은 미망일 뿐이다. 남자다움은 없앨 수 없고, 남자다움이 사라진 사회는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그는 남자다움을 '위험 앞에서의 자기 확신'이라고 정의한다. 단호함, 기개, 지도력, 독립성, 추진력, 책임감, 권위 등을 남자다움의 요소로 꼽는다. 그는 2001년 뉴욕 9ㆍ11 테러 당시 용감한 활약을 펼쳤던 경찰과 소방관들을 예로 들며, "남자다움은 '드라마를 찾고 환호하며 전쟁과 전투, 위험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 존 웨인, 게리 쿠퍼, 전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을 남자다운 남자의 표본으로 꼽는다.
"남자다운 남자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 문제를 공적이고 정치적인 의제로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반면 여자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기 때문에, 남자는 정치에, 여자는 가정에 어울린다고 주장한다. 남자다움에 내재한 공격성에 대해서조차 수컷의 저급한 본성이 아니라 '도덕적 용기'라고 주장한다. 남자다움은 위험에 닥쳤을 때 가장 잘 드러나며 그 순간 남자다운 남자는 명예로운 생존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에 대해 적대적이다. "여성들은 페미니즘 때문에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은 약하지 않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믿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에게 공분을 살 만한 말이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철학과 문학을 대거 끌어들인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중세 스토아 철학, 홉스와 로크, 마키아벨리와 스피노자, 루소와 밀, 마르크스와 니체 등 위대한 철학자들을 줄줄이 등장시킨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부터 헤밍웨이와 마크 트웨인, 키플링 등의 문학작품도 연달아 나온다.
하지만 이 많은 인용과 현학적 탐구에 독자들이 반드시 감동하거나 동의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출간 당시 언론의 서평 중에는 저자가 궤변을 합리화하려고 지루한 강의를 늘어놓았다고 빈정대는 내용도 있다. 이 책은 매우 정치적이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구분하고 남자다움의 미덕을 정치 영역까지 확장 적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비판적 책 읽기가 필요한, 말 많고 탈 많은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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