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발행ㆍ240쪽ㆍ9,000원
"하산 아저씨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해외로 입양되는 줄 알았다."(16쪽)
고아원에 있던 소년 '나'를 입양한 사람은 근육질 팔뚝과 풍성한 콧수염, 과묵한 성격을 지닌 늙수그레한 터키인이었다. 그가 소년을 데리고 당도한 곳은 서울 이슬람사원과 가까운 후락한 산동네.
하루 여섯 번의 기도 시간을 지키는 신실한 이슬람교도인 하산은 그곳에서 이슬람이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운영한다. 6ㆍ25전쟁에 참전했다가 귀국하지 않은 그의 몸과 마음엔 전쟁이 남긴 상처가 깊다.
소설가 손홍규(35ㆍ사진)씨의 세 번째 장편 은 터키 출신의 푸주한 하산에게 입양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과 하산은 말할 것도 없고, 재개발이 임박한 달동네에 사는 그들의 이웃은 하나같이 뿌리 뽑히고 상처 입은 존재들이다.
야모스 아저씨는 조국 그리스에서 벌어진 내전 당시 친척들을 적으로 오인 사살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군복을 차려입을 때만 의젓해지는 대머리 아저씨는 6ㆍ25전쟁 때 겪은 상처로 스스로 기억을 조작하며 살아간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달아나 하산의 정육점 옆에서 식당을 하는 안나 아줌마, 가난과 가정 불화로 상처 입은 주인공의 친구 유정과 '맹랑한 녀석' 또한 그렇다.
작가는 터키인 참전 용사가 한국인 고아 소년을 입양했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6ㆍ25전쟁 발발 60년을 맞은 올해 아직 씻기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은 개성있고 입체적인 캐릭터, 무엇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은 정갈한 문장, 극적이지는 않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게 한 소년의 내면적 성장을 차지게 보여주는 서사를 통해 성장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긴 잠언 풍의 문장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소설의 매력이겠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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