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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에너지 평등사회] <3> 에너지 불평등 대안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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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에너지 평등사회] <3> 에너지 불평등 대안은 없나

입력
2010.07.0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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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 평창읍 계장리 193의 5.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지어진 집이 찻길 옆에 있다. 이 집도 시리즈 1, 2회에서 소개했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건물이 낡아 곳곳에 균열이 생겼고 지붕 재질이 슬레이트여서 열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균열을 타고 들어오는 외풍을 막기 위해 집 주변을 비닐로 감쌌는데 이 때문에 집안은 더 푹푹 쪘다.

이 집에 사는 남정옥(50ㆍ여)씨는 뇌졸중으로 인한 1급 장애인으로 사지를 제대로 쓰지 못해 바닥을 기어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항상 온몸이 땀 범벅이고, 크고 작은 피부병을 달고 산다. 남편 이만연(54)씨도 뇌출혈로 한쪽 팔을 잘 쓰지 못해 부인을 돌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씨 내외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받는 최저생계비 68만여원(주거생계비 제외)으로는 도우미를 쓰거나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해 시설을 개수할 수 없다.

지역자활센터가 도움 줬지만

그러던 이씨의 집에도 도움의 손길이 뻗쳤다. 평창지역자활센터가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재단의 자금을 받아 지난해 9월께 집을 개조해 준 것이다.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비닐을 걷어 내고 샌드위치 패널로 외벽을 둘렀고 창틀 일부도 알루미늄 섀시로 갈아 끼웠다.

하지만 가구당 100만원이라는 지원 한도가 문제였다. 결국 샌드위치 패널을 두르는 비용은 이씨 부부가 직접 지불했다. 석면 재질이 포함돼 폐기 비용만 한 장에 3만~4만원이 드는 슬레이트 지붕은 그대로 놔두고 위에 칼라 강판을 덮어 단열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 엉성한 나무 문과 창틀도 여전하다. 노후한 연탄 보일러와 흙벽의 균열 역시 고치지 못했다.

선진국 에너지빈곤 대책

에너지 빈곤 문제가 결국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아는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도 더 확실하다. 미국 정부는 1, 2차 석유파동을 겪은 뒤인 76년부터 저소득층 에너지 무상 지원 정책인 주택단열지원 프로그램(WAPㆍ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을 도입해 560만가구가 혜택을 입었다.

WAP의 특징은 실효적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창문이나 문의 틈 메우기, 창문에 비닐 씌우기 등의 포함되며 나중에는 단열, 방문창 및 덧문 설치, 불량 난로 및 보일러 교체 등으로 발전됐다. 지원 가능한 모든 에너지 절약책이 동시에 동원되는 셈이다. 가구당 지원액도 평균 2,672달러(321만원 상당)으로 한국과는 차이가 난다.

주택개선사업 실효성 높여야

한국에서 이뤄지는 에너지빈곤 가구 주택개선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프로그램을 일원화해야 한다. 그래야 지원액이 늘어 총체적 개수를 할 수 있다.

한 시민 단체가 미국과 같은 방법으로 실효적 지원을 한 사례는 정부에 참고가 될 것이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안순옥(52ㆍ여)씨의 32평 집은 70년대에 지어진 노후 주택이었다. 시멘트 벽 곳곳의 구멍, 낡은 창틀과 시멘트 벽 사이의 균열, 나무 문의 틈 때문에 냉ㆍ난방을 해도 전혀 도움이 안 됐다. 겨울이면 건축 일용직인 남편 수입(한 달 평균 100만원)의 40%가량을 에너지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씨는 주택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생활보호대상자에 지정되지 못해 100만원 상한의 보건복지부 주거현물급여사업이나 지경부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의 대상도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민간 단체인 환경정의가 지난해 차상위계층에 대한 주택개선사업을 벌이면서 안씨 집은 대변신에 성공했다. 압축 스티로폼 단열재로 열효율을 높이고 유리창과 창틀은 이중창호와 얄루미늄 섀시로 바꿨다. 창틀과 시멘트 벽 사이의 균열은 건축 자재인 에시폭으로 메웠다. 이 집에 들어간 비용은 600만여원이지만 한 달 에너지 비용이 절반인 20만여원으로 줄어 조만간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이씨는 "따뜻하게 자니까 몸이 가뿐해서 좋다"며 "전에는 외풍이 심해 전기매트도 깔고 보일러도 틀어 돈이 이중으로 들었는데 지금은 냉ㆍ난방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저탄소 녹색마을 600곳' 조성 포부만 거창?

농촌 에너지 문제 해결과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주도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의 지속가능성, 사회경제성이 떨어져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지적 받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에 에너지 자립도를 40% 가까이 끌어올린 저탄소 녹색마을을 600여곳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충남 공주시 월암마을(행정안전부), 광주 남구 승촌마을(환경부),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농식수산식품부), 경북 봉화군 서벽리(산림청) 등에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마을 하나에 바이오 가스 활용 지역난방 및 태양광ㆍ소수력 발전소 등의 시설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50억원에서 최대 146억원에 이른다. 146억원이 투자되는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에는 겨우 49가구가 있다. 에너지 자립에 가구당 3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산림청은 2014년까지 11곳, 행안부는 2012년까지 300여곳,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시범마을을 40곳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총686가구가 혜택을 보는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301억원에 이른다. 600개 마을을 모두 이런 식으로 조성하려면 총 5조8,8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에 '주민'이 빠져있는 것도 치명적 결점이다. 시범마을은 모두 2년 안에 조성되는데 주민의 참여와 토론에 의해 에너지 자립형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부지를 내 주고 사업동의서에 도장을 찍는 것 외 에너지 개발 방식 등의 결정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이 거의 없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회사 등의 경기 활성화에 급급한 사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이유다. 독일의 에너지 자립 마을인 윤데(J hnde)마을을 형성하는 데는 7년 이상이 걸렸으며, 대학 연구소 전문가의 도움 아래 주민의 70% 이상이 참여한 협동조합이 발전 방식 등 모든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

따로 국밥식의 사업 추진 역시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부처별로 마을 선정 기준이 제 각각이고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부처별로 성과를 과시하는 데 급급하다.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녹색마을 계획은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에만 집중돼 있고 주민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참여하게 하는 데는 둔감하다"며 "한 지역을 에너지 전시장 같이 만드는 현재의 계획보다는 에너지빈곤 가구 주택개선사업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에너지관리公 지원사업 성과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노후 보일러를 무상 교체해 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37억9,400만원의 예산으로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경기 부산 호남 영남 지역 공공임대주택 5,873가구의 노후 보일러를 고효율 보일러로 교체했다. 공단은 이로 인해 연간 4억1,800만원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의 노인ㆍ아동ㆍ장애인 복지시설 1,093개를 대상으로 노후 조명 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무상 교체해 줬다. 올해는 142억9,600만원의 예산을 투입, 8,500개의 사회복지시설에 에너지 효율 1등급의 냉장고 세탁기 선풍기 등을 무상 지원할 예정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에너지 다소비 제품에 과세해 얻은 예산으로 에너지 빈곤층 복지에 사용하는 사업"이라며 "에너지 빈곤층이 주로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 고효율 제품을 보급해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개선하고 합리적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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