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던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결국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각 대학이 의ㆍ치과대학과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의ㆍ치전원) 체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ㆍ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을 1일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 체제를 병행 운영했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물론이고 의ㆍ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던 대학들도 상당수 의ㆍ치대 체제로 복귀할 방침이어서 의ㆍ치전원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예견된 실패
의ㆍ치전원은 의예과-본과로 이어지는 '2+ 4 학제'의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의사 양성시스템을 개선하기위해 2005년 도입됐다.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 전인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의사를 양성할 수 있게하고, 기존 의대가 자연계 수능 최상위권 학생들을 싹쓸이해 '이공계 기피현상'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이공계 학부생들이 의ㆍ치전원 입시에 '올인'하면서 이공계 대학원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교육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의ㆍ치대와 의ㆍ치전원 커리큘럼을 차별화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병행 대학들은 비슷한 내용의 교육을 실시한 탓에 의ㆍ치전원생들은 같은 내용의 수업을 받으면서 의ㆍ치대생에 비해 2배 높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학부 4년에 대학원 4년까지 8년으로 교육 기간이 늘어나면서 전공의가 배출되는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으로 높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졸업생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임상의로 개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당초 기대했던 학문 융합을 통한 기초 의학 발전 효과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이때문에 상당수 대학들은 의ㆍ치전원 전환을 기피했고, 정부는 의ㆍ치전원 도입의 근거가 되는 법률도 제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종 재정 지원책을 앞세워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메이저대학 모두 "100% 의대체제"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대학은 가천의대 건국대 경희대 인하대 등 15개 대학(정원 1,193명)이다. 병행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12개 대학(의전원 정원 494명, 의대 정원 482명)이며, 단국대 한림대 원광대 을지대 등 14개 대학(정원 890명)은 기존 의대 체제를 고수하고있다.
병행 대학 중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중앙대 영남대는 교과부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의대 복귀를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성균관대는 의대 전환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병행 운영해 온 대학 중에선 한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의대 체제로 복귀할 것으로 보이며,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던 대학들도 절반 가량 의대로 돌아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의ㆍ치전원이 의ㆍ치대로 전환하더라도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병행대학은 2015학년도부터, 완전 전환대학은 2017학년도부터 의대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
단 4년제 의ㆍ치전원에서 6년제 의ㆍ치대로 전환하는 대학은 2년간의 의사 수급 공백을 막기 위해 2년전에 미리 예과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의ㆍ치대 문호를 개방한다는 차원에서 의ㆍ치대 복귀 대학은 처음 4년 동안은 입학정원의 30%를 학사 편입학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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