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실무진의 실수다. 사안의 본질이 아니니 이해해 달라."
국방부가 또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5월 20일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당시 공개했던 북한 어뢰의 실물 크기 설계도가 가짜로 드러난 탓이다. 발표장에는 내ㆍ외신 기자들이 몰려와 조사 결과를 전 세계로 타전했고 국방부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들까지 배석시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어뢰 설계도가 천안함을 공격한 CHT_02D가 아니라 이와 비슷한 PT_97W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군은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단순한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는 중대 사안이었기에 안타까웠다.
더 큰 문제는 잘못을 수습하는 국방부의 태도다.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발표 직후 파악하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6월 29일 언론 단체와의 토론회에서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러면서 실무진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걸로 끝이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한 달 넘게 진실을 감추다 들켰으면 적잖이 미안할 만도 하건만 진심어린 사과나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군이 제 무덤을 파는 모습은 낯익은 일이 됐다. 백령도 초병이 촬영한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이 전모를 드러내기까지 두 차례 말을 바꿨고, 먹통인 보고 체계는 "깜빡 잊었다"는 말 한마디면 그만이었다. 초병의 물기둥 진술은 슬그머니 거짓이 됐고, 물기둥의 존재를 입증할 시뮬레이션은 아예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또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듯 핏대를 높였다.
한민구 합참의장후보자는 30일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사태로 군의 도덕성이 부정적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군이 진정 도덕성을 갖췄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김광수 정책사회부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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