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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세미티 1098m 엘 캐피탄 암벽 등반에 성공한 한양공고 산악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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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세미티 1098m 엘 캐피탄 암벽 등반에 성공한 한양공고 산악부 학생들

입력
2010.06.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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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공고 산악부 이성규(18ㆍ건설정보과3) 김다빈(18ㆍ자동차과3) 이영건(17ㆍ디지털전자과2)군이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거대 암벽인 엘 캐피탄(El Capitanㆍ이하 엘캡) 등반에 성공했다. 엘캡은 수직고도 1,098m에 달하는 화강암 거벽으로, 고교 등반팀이 등정한 예는 극히 드물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오전 7시 사람의 콧등을 닮아 이름 붙여진 루트 '노즈(The Noseㆍ등반 길이 870m)'를 따라 등반을 시작, 3박4일만인 15일 새벽 3시 정상에 올랐다. 포타레지(portaledgeㆍ암벽에 연결해 공중에 매달리는 텐트)에서 자며 하루 평균 10시간의 강행군 끝에 예정보다 한나절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30일 학교에서 만난 세 학생은 그 감동이 아직 덜 가신 듯 들떠있었다. "피곤한데다 헤드랜턴을 켜도 발이 안 보일 정도로 칠흑같이 어두워서 그냥 잤어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저 멀리 만년설에 덮여 새 하얀 시에라 산맥이, 그 옆에는 다음 목표인 하프돔(해발 2,693m)이 눈 앞에 펼쳐졌어요. 올라올 때 본 키 70~100m 나무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고…."

이들의 등반은 지난해 엘캡 등반에 성공한 30년 경력의 이영건군 아버지가 올해 초 산악부 이형근(52ㆍ자동차과) 지도교사와 학생들에게 권유해 비롯됐다. 그 동안 학교 동문회와 교사, 산악회 등의 지원으로 3,000여만 원의 비용을 모았고, 4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등을 오르며 거벽 등반시스템과 장비사용법 등을 익혔다. 지난달에는 5일간 설악산 울산바위에서 마지막 실전연습까지 마쳤다.

그래도 등반은 험난했다. 바람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거칠었고, 120도에 이르는 오버행도 있었다. 최대 난관은 500~600m 지점에서 만난 킹스윙(King Swing). 등반 코스를 따라 왼쪽 수평방향으로 40m를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잡을 곳이 없어 시계추처럼 좌우로 40m를 왔다 갔다 하다가 한번에 목표지점에 안착해야 하는 난코스다.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바위 틈이 좁았던 그레이트 루프(Great roof)도, 바위틈에 넣어 고정시킨 너트가 빠져 10미터 가량 추락하기도 했다고 한다.

등산경력도 짧다. 산꾼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등산을 시작한 이영건군은 그렇다 쳐도 김다빈군은 어머니를 따라 중학교 2학년 때, 이성규군은 고교 입학 직후 산악회 홍보 책자를 본 뒤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형근 교사도 "솔직히 아이들이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올라 기쁘고, 아이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스스로 '산에 중독됐다'고 말할 정도로 산에 푹 빠진 세 학생의 다음 목표는 에베레스트 산맥의 암벽과 빙벽이 섞인 바위 트랑고타워(약 1,200m구간).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그들은 다시 산악부실로 향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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