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MBC PD수첩을 보던 중 헌법 생각이 났다. 법전이 없어 포털 서비스를 이용했다.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7조 1항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누르며 더 읽어 보았다. 12조 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가슴이 먹먹해졌다.
■ 누구나 헌법 정신이 오롯이 구현되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기대와 거리가 멀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여야 할 공무원은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고,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 억울한 공무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을 보라. 국민의 공복(公僕)은 허황된 수사(修辭)일 뿐이다. 국민이 쥐어준 힘으로 이 보란 듯 국민의 숨통을 조이는 공무원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존중할 리 없다. 영장도 없이 뒤를 캐고, 압수수색하고, 조사를 해서 한 선량한 국민의 삶을 파멸로 내몰았다. 그러고도 피해 구제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 총리실과 소속 기관 직제에 관한 대통령령은 공직윤리지원관의 업무 범위를 공직 사회로 한정하고 있다. 공직윤리점검반 활동 내용에 관한 공직윤리업무규정도 마찬가지다. 어디에도 일반인 대상으로 조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이 부서는 수개월간 한 금융기관 자회사 대표를 내사했다. 영장도 없이 경리장부까지 압수했다. 이 대표는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다. 동료들과도 멀어졌다. 경찰ㆍ검찰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았다. 잘못이 있다면 딱 하나, 자신의 블로그에 재미동포가 만든 BBK 관련 동영상을 링크해 놓은 것뿐이다. 섬뜩하다.
■ 이 부서는 권위주의 시절 권력기관이 자행한 사찰에 대한 공포감을 되살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데도 과도한 보안ㆍ비밀주의를 용인하고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 부서는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조차 무시한 전력으로 유명하다.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안하무인의 오만함을 초래하는 법. 정부는 관련자를 모두 조사해 법적 책임을 묻고 문민 통제 대책도 아울러 마련해야 한다. 그 전에 총리는 헌법 정신과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한 부하를 대신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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