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0년 5월 시 장원에 김광열(광주제일고ㆍ필명 허기의깡다구)군의 '빈집'이 뽑혔다. 이야기글에서는 김효은(구미 도숭중ㆍ필명 Paranoid K)양의 '방관자들의 시선: 사회과 부도', 생활글에서는 김경민(전주 근영여고ㆍ필명 마지막탑)양의 '꺼내지 못한 문장들', 비평ㆍ감상글에서는 류경민(서울 혜성여고ㆍ필명 joy-)양의 '문맹이라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크고 무서운 진실'이 각각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빈집
김광열(필명 허기의깡다구)
인적 드물어 보이는 골목길에
짱짱하게 펴진 노란테이프로 울타리치고
낡은 시멘트벽은 사이사이 금을 갖고 있다
하나 둘씩 포크레인이 벽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소음 뒤집어쓰고 자리를 지키고 앉은 한 노파는
우리 안에 갇힌 힘없는 동물처럼 보인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검은양복 입은 젊은 남자
한손으로 구겨진 종이를 쥐고 있다
감나무는 허리를 굽혀 무너질 벽에 기대어 있고
마당 구석에 자리잡은 텃밭엔 배추들 엉거주춤 땅에 붙었다
터진 배수관은 이끼를 품고 있고
빨간 깃발은 힘없이 땅만 보고 있다
깃발 묶인 가느다란 묘목엔 작은 벌레 하나 오지 않는다
까딱하면 무너질 것 같은 처마
깨진 이 같은 유리창엔 찬바람만 드나들어 시리다
담배꽁초처럼 쭈그려 앉은 노파 앞에서
젊은 사내는 담배 하나 입에 물고 불붙인다
옆집은 먼지가 뿌옇게 이고 있다
똬리를 튼 뱀 같은 호수를 잡고 물을 뿌려보지만
연기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심사평
담담하면서도 적확한 묘사가 주는 시적 환기력을 '빈집'은 가지고 있다. 철거지역의 우울하고 스산한 풍경을 눈썰미 좋게 묘파해내는 그는 '깃발 묶인 가느다란 묘목'에서도 개발의 불모성을 발견한다. 풍경의 겉인가 했는데, 눈길은 이미 웅숭깊은 속에 가 닿아있다.
유종인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10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장 글틴' 홈페이지의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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