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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교행(交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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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교행(交行)

입력
2010.06.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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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이나 대전역사 지나친 어디쯤

상하행 밤 열차가 교행하는 순간

네 눈동자에 침전돼 있던 고요의 밑면을 훑고 가는

서느런 날개바람 같은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느 세계의 새벽과

네가 놓쳐버린 풍경들이 마른 그림자로 찍혀 있는

두 줄의 필름

흐린 잔상들을 재빨리 빛의 얼굴로 바꿔 읽는

네 눈 속 깊은 어둠

실선의 선로 사이를 높이 흐르는

가상의 선로가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 무한의 표면을

끝내 인화되지 못한 빛이 젖은 날개로 스쳐가고 있다

●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당신의 평범한 날은 1,440분이고, 이것은 다시 8만6,400초로 구성되어 있다. 한 달을 평균 30일로 잡을 때 이것은 259만2,200초이고, 다시 한 해를 30일이 12번 반복되는 것으로 할 때 이것은 3,110만4,000초다. 이제 내 36세 생일이 다가옴에 따라 나는 실은 단지 10억8,864만 초를 살아온 것이다." 매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렇게 한 해 우리에게는 3,110만4,000번 새로운 삶을 향한 기회가 찾아오지요. 한 번에 하나씩. 지금까지의 삶과 새로운 삶이 교행하는 순간. 우리에겐 유일한 순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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