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파업 중이다. 근로환경개선,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극단적인 집단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알려졌듯이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있는 세계 최대 전자부품업체 팍스콘 노동자들은 연쇄 자살을 시도했고, 혼다 자동차 중국 공장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장기파업을 벌였다.
기업들로선 더 이상 월급을 올려주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팍스콘만해도 생산직 노동자의 월급을 9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무려 두배 이상 올렸다. 임금인상은 도미노처럼 현지 기업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고 있는 한국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월급을 이렇게 올려주면서까지 계속 공장을 돌려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는 한국과 가까워 무려 1,300개의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곳. 중국 내 한국공단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이 곳 역시 지금 직간접적 임금인상요구에 몸살을 앓을 태세다.
웨이하이시 이학동(49) 한인상공회장은 "노동자 복지 비용과 임금 상승 때문에 중국은 이미 저임금 메리트를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노동력이 싸다고 중국에 진출하는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 최근 중국에서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계속됨에 따라 지역을 불문하고 지방정부가 책정하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추세다. 단적으로 그가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웨이하이시의 최저임금은 최근 760위안(13만 6,000원)에서 920위안(16만 5,000원)으로 한번에 20% 가까이 치솟았다. 이 회장은 "그렇다고 임금 상승률만큼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는 이 같은 임금 상승을 더 부추기는 요소다. 이 회장은 "믿기 어렵겠지만 13억 인구의 중국인데 정작 공장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서부대개발 탓에 내륙지방에서 동부해안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농민공(農民工)이 갈수록 줄고,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려는 노동자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몇 달마다 이 공장 저 공장을 떠돌아다니는 '유람공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만성적 인력 부족 현상은 설비 투자를 불가능하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는 "대부분 한국 기업이 생산능력에 비해 적게는 10~20%, 많게는 50% 이상 인력이 모자라 풀 가동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사정이 이러함에도 문제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공장 철수나 중국 내륙으로의 진출도 만만치 않아 지금으로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금인상이나 노동 조건 개선은 사용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지만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중국에 나간 한국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정도차는 있을지언정 너나 할 것 없이 지금 사업 계속 여부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웨이하이=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