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관련 北·中 강력 비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과 중국에 대한 시각은 단호하고도 엄중했다. 통상적 정상외교 무대에서 듣기 어려운 고강도 어휘를 동원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미국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먼저 북한에 대한 반감과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를 설명하면서 이를 "도덕적으로 동등한(moral equivalence) 두 당사국 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북한을 "다른 상대방에게 치명적 도발을 일으킨 호전적 국가"라고 규정했다. 북한 정권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 것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지 않는 한 북한을 정상적 대화 파트너로 삼을 수 없다는 인식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천안함 조사에 참여했고, 우리 전문가들은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결론지었다"면서 "이는 한국의 조사결과 및 옵서버 참여자들의 평가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불신은 북한을 감싸는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는 "북한을 규탄하지 않아도 평화가 올 것이라고 착각해 북한의 추한 도발에 대해 머뭇거리며 회피하려는 것은 분명한 악습"이라며 천안함 사태 파문을 축소하는데 급급한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 천안함 사태가 비도덕적 도발행위라는 것을 전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매우 직설적으로(blunt)" 얘기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발언 수위도 그렇지만, 이를 후 주석이 참석한 정상회의 기자회견장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대단히 파격적이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중국의 방어논리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정공법을 택한 듯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두둔하기 위해 중국이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허구성을 통박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며 중국의 특수한 지정학적 환경을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또 "한반도의 혼란이나 붕괴는 중국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안보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과 천안함 사태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내세우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이나'냉정과 절제'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 주석을 강하게 몰아친 것은 이번 주 본격화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천안함 사태 논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강력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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