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한국 축구. '아시아 맹주'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남아공에서 쏘아 올린 희망의 빛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으로 이어가야 한다. 미래를 향한 한국 축구의 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허정무호'의 유쾌한 도전이 막을 내렸다. 한국 축구사에 새 장을 연 대회로 평가된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승리와 16강 진출을 일궈내며 대표팀에 '토종 사령탑' 시대를 활짝 열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힐랄)의 경험에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의 패기가 결합된 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완승(2-0)은 한국 월드컵 본선 사상 최고 경기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석패했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1-2)에서도 놀라운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 축구는 '안방 장군'의 이미지도 벗어버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가 전적으로 홈 어드밴티지 덕분은 아니라는 게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선전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성과에 취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았던 8년 전의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는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4강 신화에 취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던 탓이다.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위스에 0-2로 패배하며 16강이 좌절될 때까지 한국 축구는'4강 신화'축배의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남아공에서 세워진 새로운 이정표는 한국 축구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여기에 도취돼서는 곤란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남아공에서 치른 4경기 가운데 한 경기에서 이겼을 뿐이다. 1승1무2패가 한국의 성적표다. 아르헨티나에 대패했고, 나이지리아와 고전 끝에 비겼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토너먼트 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 결과다.
남아공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몰락은 한국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과거에 연연하다 변화의 시기를 놓쳤고,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망신을 당했다.
4년 후 브라질에서 더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남아공에서의 공과를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남아공의 결과에 발목이 잡혀서는 곤란하다. '유쾌한 도전'은 이미 과거형이 됐다. 한국 축구가 남아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세대 교체'와 '세계화'가 첫 손에 꼽힌다. 남아공에서 56년간 풀지 못한 원정 대회 16강의 비원을 풀었다고 해서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거부한다면 4년 후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남아공에서 경험한 이상의 재앙을 당할 수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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