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화산'상태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미국에서 3년간이나 잠자고 있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주말 한ㆍ미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지만, 최종 발효를 위해선 쇠고기 수입의 험한 장애물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 우리 정부는 "쇠고기 수입과 FTA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미국은 자동차와 함께 쇠고기 수입 이슈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2년 전 촛불사태에서 확인됐듯, 쇠고기 수입은 워낙 폭발력이 강한 사안이어서 정부로서도 '쇠고기 수입방정식' 해법 찾기에 벌써부터 골몰하는 눈치다.
핵심 쟁점
추가협상이든 협의든, 쇠고기가 한ㆍ미 통상당국간 FTA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경우 핵심 쟁점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에 대한 시장개방 여부다.
우리 정부는 2008년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 개방하기로 합의했지만, 거센 '촛불'역풍을 맞은 끝에 추가협상을 통해 '월령 30개월 미만'으로 수입대상을 제한해놓은 상태다. 당시 양국은 "30개월 이상 수입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로 합의했다.
문제는 '신뢰가 회복될 때' 자체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 미국은 이를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광우병 발생으로 인한 수입금지조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말 그대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가라앉을 때"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양국은 이견의 불씨를 깔고 앉은 셈이다.
미국 농무부 집계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쇠고기 수출은 올들어 4월까지 2만9,278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 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심리적 거부장벽은 낮아진 게 사실이고, 이를 근거로 미 의회도 지난달 말 완전개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입량 증가가 변수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며 "(미국측 개방요구에) 충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타협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 의회가 한ㆍ미 FTA를 비준 동의해준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도 일부 수입빗장을 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30개월령 이상에 문을 열어 주더라도 척수 두개골 등 특정위험물질(SRM) 부위 및 뼈, 내장도 제외하고, 순수 살코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식이다. 물론 이 역시도 국내 여론과 반발강도가 관건이다.
미국 내부 사정도 변수
사실 미국 내부사정도 우리만큼이나 복잡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축산협회, 육류수출협회 등 미국 내 축산물생산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상황도 만족스럽다'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지금의 수입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내 30개월 이상 쇠고기 비율은 10% 미만인데, 얼마 되지 않는 물량을 수출하기 위해 무리한 압박을 가할 경우, 한국 내에서 반미정서가 커져 겨우 닦아놓은 기존 쇠고기시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미국 업계에서도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국이 어떤 카드를 뽑을지 예단키 어려운 상황. 어차피 우리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터라, 대응 시나리오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 개방 압박은 한ㆍ미 FTA 비준 동의의 키를 쥐고 있는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원장 등 비프 벨트(쇠고기 생산지) 출신 의원들의 정치적 문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미국 내 이해관계도 제대로 정리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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