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한창일 때 열린 회의, 그리고 위기가 끝난 다음 열린 회의의 분위기는 분명 달랐다. 세계경제 위기극복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지난해 영국 런던,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회원국간 정책공조에 비교적 쉽게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기를 벗어난 시점에 열린 이번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국가 간 경제회복 속도가 각자 달라 어느 것 하나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은행세와 재정건전성
토론토 회의의 두 핵심 의제는 은행세(Bank Levy) 부과와 재정 건전성 확보.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이견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때문에 회의 결과 역시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물고 말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불거진 재정 건전성 이슈에선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갈라졌다. 당사자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강력한 재정긴축을 주문한 반면, 한발 떨어진 미국과 호주는 긴축정책이 수요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거대 경제권 간 이견에도 불구 ▦재정적자 수준을 2013년까지 지금의 50% 수준으로 줄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채무비율도 2016년까지 줄이거나 안정화시키기로 하는 등 구체적 수치와 일정을 도출한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물론 공동성명에 "재정적자 감축노력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은, 과도한 긴축을 반대한 미국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기 수습에 투입된 재원을 금융권이 분담토록 하는 은행세 문제는 사실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원론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그냥 '각 국이 알아서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이 역시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은행세 도입에 찬성했으나 금융위기 여파가 적었던 캐나다 호주 인도 브라질 등은 반대한 결과다.
서울에선?
토론토 정상회담이 글로벌 경제현안 합의도출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친 만큼, 11월 서울에서 열리게 될 차기 G20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됐다. 일각에선 "복잡한 사안들은 서울 회의로 미뤄놓고 말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서울 회의는 향후 G20가 주도할 글로벌 경제질서 구축에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공산이 커졌다.
한편 한국 정부가 가장 공 들이는 의제인, 금융위기 재발을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문제는 이번 토론토 회의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각국 정상들은 서울 회의까지 구체적 정책 권고를 마련하겠다는 진전된 합의를 일궈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이슈는 어려움을 겪은 많은 개도국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라면서 "서울에서는 이에 대해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정부 당국은"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세부 실천방안으로 양자간 통화스와프, 지역 안전망, 글로벌차원의 안전망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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