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한중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 '한국 입장 이해' '긴밀 협의'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후 주석은 '북한'이란 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후 주석의 언급은 중국 정부가 그동안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한반도 평화를 바란다" 등의 형식적 발언을 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달 28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이 대통령간의 양자회담에서도 중국 정부의 입장은 비슷했다.
원 총리는 "(천안함)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린 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며"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원 총리의 발언이 기존 입장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예상과 달리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달 초 우리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태를 회부하는 과정에서 중국측의 협조를 구했으나 중국은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회부 이후에도 여전히 대북 제재 결의안이나 의장 규탄 성명 추진 방안 등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말로만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고 할 뿐 정작 북한에 대한 규탄이나 제재 조치를 거론하면 한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우리의 우방국들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천안함 사태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조사결과를 수용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혈맹임을 주장하는 북ㆍ중 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한국 입장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ㆍ중 관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천안함 문제가 상정된 유엔 안보리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차원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촉구도 중국에게는 큰 부담이다. 외교 전문가는 "유엔 안보리에서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중국 정부는 북한과 한국 중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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