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최후의 미소를 지을까.
지난해 사상 최대의 불황을 겪었던 국내ㆍ외 자동차 시장이 하반기에 또 한번의 격변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수요 회복에 맞춰 도요타와 미국의 빅3, 폴크스바겐과 현대ㆍ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때 보다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쌍용차를 누가 차지하느냐도 관심사다. 르노ㆍ닛산이 인수할 경우, 현대ㆍ기아차의 안방 아성이 흔들리는 등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종가 현대차를 추월한 기아차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도 하반기 관전 포인트다.
기아차 'K5'의 본격 질주가 예고돼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8월 신형 '아반떼', 빠르면 10월께 그랜저 후속 모델을 선 보인다. 어느 업체가 현명해진 중산층의 소비 심리를 잘 읽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수입차가 마의 7만대 벽을 넘을 지도 관심 거리이다. 하반기 자동차 시장의 변수들을 짚어본다.
▦자존심 지키려면 가격을 낮춰라
하반기 중형차급 대결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상반기 월드베스트카를 노리는 쏘나타는 안방에서 동생격인 기아차의 K5에 덜미가 잡혔다. 쏘나타는 한때 월 1만7,900여대가 팔리더니 지난달에는 9,000여대로 추락했다. 반면 기아차 K5는 계약대수만 3만여대에 이를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1위 등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현대차에게 소비자들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디자인과 가격이다. 쏘나타도 기아차의 K7, K5처럼 LED 램프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가격 인하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지난해 수입차들이 성능을 높인 반면 가격을 낮춘 데 비해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내놓으며 예전 관행대로 가격을 100만~200만원 가량 올렸다.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지만 시장에선 냉정한 평가가 나고 있다. 결국 현대차도 이달 내놓은 2011년형 쏘나타의 경우 사양 추가에도 가격인상을 억제, 실질적으로는 41만∼56만원 가량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내 세웠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비자가 피부에 와 닿도록 가격을 낮춰야 자존심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차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뉴SM5에도 해당된다. 올 1월 출시 후 월 7,000대 가량 팔리면서 안착하는데 성공했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준대형 사양 중 일부를 빼고 가격을 낮춘 '실속형 모델'의 출시도 검토해 볼만 하다.
SM3와 격전이 예상되는 아반떼 신형 역시 가격이 초미의 관심사다. 넓은 뒷좌석으로 승부한 SM3에 신형 아반떼도 동급 최대 공간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알려지며 결국 차별성은 가격에서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능으로 수입차에 대항하라
준대형급은 가격보다는 성능이 승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랜저 후속 모델의 주축을 과거의 2.7리터 대신 3.0리터 모델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준대형 시장을 지키고 수입차의 공세까지 꺾겠다는 복안인 것. 그랜저는 최근 월 판매량이 K7(3,200여대)의 60~70%에 불과, 후속모델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24년간 이어온 브랜드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편 GM대우차는 준대형 알페온을 하반기에 본격 투입한다. 알페온은 GM의 고급 브랜드인 뷰익의 라크로스를 기반으로 제작됐고, 2010 북미 올해의 차 최종 3대 후보에 오를 만큼 성능을 인정받은 차다. 르노삼성차의 SM7 후속 모델은 내년 상반기나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7만대 고지 넘나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5월 수입차 판매량은 3만4,3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5%나 늘었다. 뉴5 시리즈를 앞세운 BMW를 필두로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이 강세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있다. 3,000만∼4,000만원대 중저가 수입차의 판매 비율이 지난해 20.8%에서 올해 25.8%로 늘어난 것. 앞으로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쌍용차, 르노ㆍ닛산 인수시 강자로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의 유력한 인수자는 르노ㆍ닛산과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이다. 르노ㆍ닛산의 인수가 확정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외환 위기 이후 최대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소형과 중형(르노삼성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쌍용차)라는 다양한 조합뿐 아니라 나아가 안정적 수요가 확보된 경차 진출도 고려할 수 있다. 닛산 입장에서는 디젤 엔진과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 습득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과 관련, 업계 전문가는 "산업적 측면과 제품적 측면에서 모두 격변이 예상된다"며 "어느 업체든 작은 판단 착오 하나만으로도 큰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살얼음판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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