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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천안함 범인 모른다'는 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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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천안함 범인 모른다'는 공직자

입력
2010.06.2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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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진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젊은 기자가 어딘가에 쓴 글을 읽고 놀랐다. "검찰 간부도 정부 발표의 논리적 결론은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더라"는 내용이다. 북한 소행이라는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불신하는 이는 많다. 그러나 아무리 허물 없는 사이라도 검찰 간부가 그리 말했다면 예사로 들을 일이 아니다.

그 기자는 헌법재판소 연구관에게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썼다. '백 번 양보해도 북한 소행이라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는 없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군사 도발에 사법 잣대 들이대

두 공직자, 그 것도 엘리트 법률가의 말뜻을 정확히 옮겼다고 단정할 건 아니다. 엄격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 북한을 범인으로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원론적 소견을 말했을 수 있다. 은밀한 도발 범행을 일반 형사사건처럼 낱낱이 밝혀낼 수 없는 정부의 딜레마를 함께 고민하는 충정일 수도 있다.

천안함 사건을 일반 범죄처럼 다룬다면, 어뢰가 북한 것이라도 곧장 북한의 범행 증거는 될 수 없다. 흔한 수사드라마의 설정을 빌리면, 남의 총을 훔쳐 범행할 수 있다. 애초 무고한 사람을 모함하기 위한 증거조작 등 더 복잡한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간부쯤 되는 이가 대단치 않은 수사 상식 따위를 일깨우며 "범인을 모른다는 얘기"라고 논평했다면 문제다. 독재 시절도 아닌 바에야 무조건 정부를 편들 수는 없다. 다만 언뜻 명쾌한 분석이 천안함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면 진정성을 의심할 만하다. 조사결과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말로 들리기 십상이다.

적대적 국가 사이의 은밀한 군사 도발에 일반적 수사 원칙과 사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상식 밖이다. 전쟁과 분쟁의 역사와 국제 관행, 어디에 비춰 보아도 망발에 가깝다. 이를테면 국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상황을 가상하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냉소하거나 주저앉는 게 순리이고 도리일까.

우스운 상상 같지만, 유력한 용의자 북한의 서해 함대와 잠수함 기지 등을 샅샅이 압수 수색하는 등 증거 확보에 힘써야 검찰의 본분과 수사 원칙에 충실한 게 아닐까. 법원 영장을 받아 잠수함 출입항 기록과 항해ㆍ작전 일지를 확인하고 어뢰 사용내역 등을 뒤져야 한다. 의심되는 잠수함정 지휘관과 승조원을 모두 조사하고, 지휘계통을 거슬러 올라가 필요하면 김정일 위원장까지 대질 신문할 일이다. 이게 황당하다면, 전쟁 행위와 다름없는 도발에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말하는 것은 훨씬 허황하다.

그래도 이들은 분별없는 말을 내놓고 떠드는 이들보다는 낫다고 봐야 할까.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와 진보학자 등은 6ㆍ15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분쟁해결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이라면 또 모를까, 은밀한 도발을 의심받는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를 한다고 어디까지 발가벗을까. 안 될게 뻔한 일을 정색하고 떠드는 것은 진실을 좇기보다 어떻게든 정부를 탓하며 엇나가는 언행일 뿐이다.

사적 동기로 남남갈등 부추겨

사회가 온통 진실과 무관한 논란으로 어지러운 마당에 누굴 특정해 발고(發告)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북한과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갈수록 격화하는 남남갈등이 사회 전체의 보수ㆍ진보 지향성을 반영하기보다 엘리트 집단의 이익 다툼, 세력 싸움 성격이 다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정부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정부의 엘리트 공직자가 뒷전에서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여러 가지 사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기 쉽다.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은 대북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제반 문제와 기득권 다툼으로 번지는 확산효과(spillover effect)를 지녔다. 이를 연구한 학자들은 남남갈등의 과잉은 대북 화해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남북관계를 걱정하기보다 기득권 다툼, 사적 불만 때문에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은 자신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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