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루과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호의 16강 진출을 주도한 '영건'의 존재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월드컵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끝난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1-2로 아쉽게 패했다. 우루과이의 간판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봉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2골을 터뜨린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를 막지 못했다. 이청용(볼턴)의 대회 2호골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는 더 이상 '변방'으로 분류될 수 없음이 확인됐다. 대표팀은 한 수 위라고 여겼던 유럽, 아프리카, 남미 축구와 눈 높이를 맞췄다. 2004년 유럽 챔피언인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고, 유럽 빅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겼다.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백중한 승부를 펼쳤다. 지레 주눅 들어 기량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귀국 짐을 싸곤 했던 과거의 악순환을 끊어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젊은 피'들의 존재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박주영(25ㆍAS 모나코)은 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4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그가 보여준 중량감은 황선홍(부산 감독) 이후 끊어졌던 '간판 골잡이' 계보를 잇기에 모자람 없는 것이었다.
'마구(魔球)'로 불리는 자블라니를 완전히 길들인 킥 솜씨는 압권이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파 포스트를 겨냥한 재치 있는 오른발 슈팅으로 16강 진출의 길을 열었고, 우루과이전에서는 골대 불운으로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니어 포스트 쪽으로 날카롭게 휘어지는 절묘한 슈팅을 날렸다. 정신적인 성장도 눈에 띄었다. 박주영은 그리스전에서 세 차례나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자책골을 헌납하며 대패의 주범으로 몰렸다. 그러나 이 같은 부담을 극복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이청용(22)과 기성용(21ㆍ셀틱)은 4년 후가 더욱 기대된다. 이청용은 이번 대회에서 두 골, 기성용은 두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월드컵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승렬(서울), 김보경(이상 21ㆍ오이타)도 4년 후에는 대표팀의 중추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들이다.
대표팀은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8일 밤 요하네스버그를 출발해 29일 귀국할 예정이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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