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광주 SK전에 선발로 출격한 KIA 왼손투수 양현종(22)은 여느 때와 각오가 달랐다. 양현종은 지난 27일 밤 자신을 정말 좋아했던 한 여성 팬(23)이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조문은 갈 수 없었던 양현종은 경기 일산의 한 장례식장으로 조화를 보냈다. 눈물을 왈칵 쏟아낸 양현종은 하늘로 간 팬에게 꼭 승리를 바치고 싶었다. 양현종은 이 여성 팬의 이니셜을 상징하는 'CCR'을 모자에 새긴 채 공을 던졌다.
양현종이 이겨야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팀이 지난 18일 인천 SK전부터 치욕의 9연패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9연패는 2001년 KIA 창단 후 한 번도 없었던 '낯선 경험'이다.
'최후의 보루' 양현종마저 무너진 KIA가 구단 29년(전신 해태 포함) 역사상 처음으로 10연패 치욕을 당했다. 맏형 이종범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연패 탈출 의지를 다졌지만 팀의 10연패를 막진 못했다.
출발은 좋았다. KIA는 1회 말 최희섭의 1타점 내야땅볼과 상대 실책으로 2점을 선취한 뒤 2회 이용규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투구 밸런스가 불안했던 양현종은 5회 3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5-6으로 역전 당한 KIA는 9회 말 1사 1ㆍ3루의 황금 찬스를 맞았지만 안치홍과 이종범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무릎을 꿇었다. KIA는 10연패의 시작과 끝을 모두 '비룡'에 당하며 SK전 7연패에 빠졌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30일 광주 삼성전 이후 석 달 가까이 패배를 몰랐던 양현종은 10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양현종은 2패(10승)째를 떠안았다.
3위 삼성은 대구에서 선발 장원삼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오정복의 4타점에 힘입어 4위 롯데를 6-1로 물리치고 시즌 두 번째 6연승을 질주했다. 공동 4위 롯데, LG와는 4.5게임차. 롯데 이대호는 4회 장원삼을 상대로 시즌 21호 솔로홈런을 뿜으며 이 부문 공동 1위(한화 최진행)로 나섰지만 빛이 바랬다. 이대호는 개인 통산 1000안타 및 7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도 동시 달성했다.
대전에서는 2위 두산이 솔로 홈런 5방을 앞세워 꼴찌 한화를 10-2로 대파하고 4연승을 달렸다. 두산 선발 왈론드는 6이닝 2실점으로 3연패를 끊고 5승(3패)째를 챙겼다. 잠실에서는 LG가 넥센을 8-4로 이기고, 롯데와 함께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지난 5월4일 잠실 두산전 이후 56일 만의 4위 등극.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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