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납치살해범 김모(25ㆍ구속)씨가 범행 일주일 전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납치미수가 실제 납치살해 사건과 비슷한 새벽 시간대, 인접 장소에서 발생했는데도 이를 단순폭력 사건으로 처리했고 순찰도 강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동수사에 커다른 구멍이 뚫린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6일 새벽 3시께 대구 수성구 범물동 한 아파트 후문 부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길가던 A(26ㆍ여)씨 뒤를 들이받아 넘어뜨리고 얼굴을 주먹으로 수 차례 때린 후 강제로 차량에 태워 납치하려다 A씨가 문을 열고 도망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김씨가 A씨를 차량에 태운 것으로 미뤄 추가 범행 의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구타만 당했다는 이유로 폭력사건으로 처리했고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구타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실제 범행을 당한 것이 없어 포괄적인 개념의 폭력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이 사건 다음날인 17일 밤 10시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2대의 번호판을 떼어내 다시 범행에 착수했다. 그는 훔친 번호판을 달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23일 새벽 1시30분∼3시 사이 같은 장소인 수성구 범물동에서 여대생 이모(26)씨를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고속도로 부근 배수로에 버렸다.
경찰은 김씨의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얼마 전에도 여자를 납치하려다 놓친 적 있다"는 진술을 듣고서야 조사를 통해 납치미수사건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먼저 일어난 A씨 사건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모씨 납치 살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빚 5,500만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또다른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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