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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종현씨 "청소년들 속 마음 터놓는 마당…고생이 돼도 버텨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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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종현씨 "청소년들 속 마음 터놓는 마당…고생이 돼도 버텨왔죠"

입력
2010.06.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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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납동 영파여중에 적을 두고 있는 교사 김종현(48)씨의 직함은 여럿이다. 한국영상문화연구소 이사장과 전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 대표를 겸하고 있고, 영화사 플레이그라운드픽쳐스 대표도 맡고 있다. 그의 많은 직함 중 가장 두드러진 건 올해 12회를 맞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다. 청소년을 소재로 한 영화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청소년영화제는 작지만 알찬 영화제로 평가받는다. 김씨는 서울청소년영화제의 출범을 기획하고 1회 때부터 지금까지 행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영화계에서 '청소년 영화의 대부'로 통한다.

그는 시네마키드였다. "청소년 시절 아버지 양복 입고 연소자 관람불가(지금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러 다닐 정도"였다. 연세대에서 영문학과 법학을 전공하면서도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대학 졸업 뒤 1년가량 잘 다니던 광고대행사도 영화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박차고 나왔다.

그러다 대학 은사의 권유에 "잠깐만 다니자"는 생각으로 1990년 교사가 됐다가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방송반을 맡으면서 아이들과 여러 영상물을 찍었고, 미디어교육에 눈을 뜬 것이다. 1998년엔 일진회를 다룬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월급을 털어 편집 장비 등을 구입해 함께 작업을 하다보니 학생들이 성취감과 함께 뭔가 생각을 하게 되고 토론까지 하게 되더군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영화캠프를 운영했고, 그것이 서울청소년영화제로 발전했다. "계속 늘어나는 아이들의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었고 국제교류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1999년 9월 10개국 영화 77편을 상영하며 첫발을 내디뎠던 서울청소년영화제는 올해 39개국 134편이 참가할 정도로 성장했다. 독립영화계의 스타 윤성호 감독과 김곡ㆍ김선 형제 감독이 이 영화제 출신이고, '과속스캔들'로 깜짝 스타가 된 박보영씨는 이 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를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영화제의 주요행사인 국제영화캠프는 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씨는 "내가 은행하고는 참 거리가 먼데 돈이 생기는 족족 영화제 관련 일에 써왔다"며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마당이라 생각하니 고생이 돼도 버텨낸 듯하다"고 했다.

김씨는 8년 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진학해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청소년 장편영화를 만들겠다는 꿈도 품게 됐다. 그는 "영화감독으로 살겠다는 생각보다 아이들과 더불어 온 삶을 영화로 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어른들이 만든 청소년영화로 아이들이 토론하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어요. 다들 흥행만 생각하니 청소년을 위한 영화가 안 나오는 거죠. 우리 사회가 청소년영화를 조금은 격려하고 지원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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