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노동당 대표자회' 를 소집하겠다는 26일 북한 당국의 발표는 시기와 내용 면에서 여러모로 주목된다. 1966년 이후 명맥이 끊겼던 당 대표자회 개최 사실도 이례적이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당 차원의 행사를 통해 권력 승계 작업에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3남 김정은의 후계체제 구축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 등을 공식 결정하는 자리이다. 통상 당대회가 5년 주기로 열리는 점을 고려해 그 사이 긴급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역대 두 차례 열렸던 대표자회에서도 북한은 인민경제 5개년 계획(1958년),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한 당면 과업(1966년) 등 주로 인민 생활과 당 조직 정비 문제 등을 의제로 다뤘다.
문제는 북한이 지금까지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대규모의 당 행사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자회 개최는 44년 만이고, 당대회도 1980년 열린 6차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의 돌연한 대표자회 소집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당 정치국은 일단 회의 개최 이유를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로 못박아 당중앙위 등의 조직 개편 문제가 1차적으로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1998년 김정일 체제가 출범한 이후 권력의 무게중심이 국방위로 급격히 쏠린 점을 감안하면 인적 쇄신을 통해 당 기능 복원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화폐개혁 대응 과정에서 지역의 당 조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 지난달 내각 인사를 통해 최영림 등 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중용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당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관심사는 김정은의 등장 여부이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김정은에게 공식 직함을 부여함으로써 권력 세습을 대내외에 공식 천명할 것이란 얘기다. 과거 김 위원장이 유사한 단계를 거쳐 후계자 지위에 오른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1980년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군사위 위원 등 요직을 장악하며 실질적인 후계자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현재 북한 지도층의 감시ㆍ통제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직 밖에 맡지 않아 당과 군에서의 지위가 불안정하다"며 "김정은이 당을 중심으로 권력을 승계할 수 있도록 당중앙위 비서들과 군사위 위원들을 9월 대표자회에서 대폭 확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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