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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유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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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유무역

입력
2010.06.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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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에서 꽃피운 중상주의는 금은을 국부의 본원적 형태로 여겼다. 따라서 당시 국제 교역에서 결제수단으로 쓰였던 금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국부를 늘려 물질적 풍요를 기하는 첩경이었다. 당연히 금은의 유출을 부르는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 장려로 금은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강조됐다. 처음으로 의문을 표한 것은 데이비드 흄이었다. 그는 막대한 무역흑자로 금은이 크게 늘어나면, 통화 팽창에 따른 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역수지는 균형을 찾아가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 이어 아담 스미스는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 게임임을 설파, 중상주의의 치명적 약점을 파고 들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가격에서 절대우위를 가진 섬유와 포도주를 상호 수출하는 교역은 양국 국민 모두에게 더 많은 섬유와 포도주를 안겨 줄 수 있음을 간단하게 보여주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설사 절대우위를 가진 상품이 하나도 없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덜 낮은 상품, 즉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수출하는 것만으로도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됨을 밝혀 자유무역의 이론적 기초를 다졌다.

■ 이후 다양한 비판과 수정에도 불구하고 리카도의 비교우위설은 자유무역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남았다. 물론 산업화에 성공한 후발국 다수가 초기의 중상주의적 수출장려 정책에 기댄 바 크다. 그렇다고 비교우위를 부인하고 교역의 상호 이익성을 무시한다면 모든 산업생산 부문에서 애초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던 후발국은 영원한 빈곤 상태에 머물거나 1차 산업 전문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이와 달리 세계시장에서 국가별 부침이 끊임없이 거듭되고, 개별 국가의 경쟁 승패와는 무관하게 세계 경제는 교역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 그래도 중상주의는 사멸하지 않았다. 무역수지 불균형이 쟁점이 될 때, 국내산업 보호 필요성이 거론될 때, 외화 부족이 경제위기를 부를 때마다 중상주의는 살아나 힘을 떨친다. 합리적 이성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더라도 본능적 불안은 보호주의로 기운다. 추상적이고 장기 전망에 치중한 자유무역론을 살피기보다 눈앞의 손익을 따지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또 자유무역의 수혜자인 소비자는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피해자인 생산자는 똘똘 뭉쳐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재협상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중상주의적 논란의 재연을 우려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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