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의 8강 도전이 좌절됐다. 심장 터지도록 투혼을 발휘했건만 남미 축구에 패했다. 태극전사들은 분루를 삼켰고, 허정무 감독의 눈시울도 붉게 물들었다. 장맛비에 아랑곳없이 목청 높여 '대~한민국'을 외치던 12번째 태극 전사들은 땅을 쳤다. 경기를 압도하고도 패배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축구다.
뜨거운 6월, 국민은 행복했다. 대표팀은 유럽ㆍ아프리카ㆍ남미 강호들과 당당히 맞섰다.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했다. 8강을 위한 유쾌한 도전은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그때마다 국민은 한국,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뭉쳤다. 붉은 티셔츠 한 장으로 하나가 됐다. 태극전사와 함께 웃고 울었다. 지역ㆍ계층ㆍ연령ㆍ종교ㆍ이념적 차이도 뛰어 넘었다. 그것이 축구의 힘이다.
한국 축구는 달라졌다. 이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축구 강국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다. 해외파 선수들의 선진 축구 경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과 관리, 아낌 없는 지원 등 땀과 노력이 결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 월드컵의 성과는 과제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소년 선수 등 축구 꿈나무의 체계적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 선진 축구 기술 및 경험 습득도 절실하다. 축구 관련 인프라의 확충은 필수적이다. 태극전사들이 돌아와 뛰게 될 K리그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배가돼야 함은 물론이다. 축구, 특히 월드컵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세계에 한국, 한국인, 한국 축구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경연장이다. 경제적 후광 효과 또한 엄청나다. 우리가 축구 발전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축제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월드컵을 계기로 모아진 통합의 에너지는 계속 발산돼야 한다. 천안함 사태, 세종시 및 4대강 문제, 교육 정책 등으로 맞서고 쪼개진 사회가 다시 하나 되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확고한 리더십 아래 합심ㆍ협력하고 서로 양보하면 극복 못할 난관은 없다. 그것이 축구가 일깨워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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