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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보적 성장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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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진보적 성장론이 필요하다

입력
2010.06.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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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진보는 분배를 중시하고 성장을 소홀히 한다는 고정 관념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고정 관념은 한국에서나 세계 수준에서 기존의 진보에 대해서 볼 때는 현실과 부합한다. 전통적으로 진보는 분배, 복지, 생태를 강조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성장 무시한 분배ㆍ복지 불가능

그런데 성장과 분배를 서로 대립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성장 없는 분배는 결국 주어진 크기의 파이를 나누어 먹는 제로 섬 게임이 되고 만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경제가 침체하는 가운데 서로 더 큰 몫을 차지하려는 계층간 투쟁이 나타난다. 이윤이 늘어나면 임금이 줄어들고 임금이 상승하면 이윤이 하락한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분배투쟁은 경제를 더욱 침체시켜 분배 몫을 줄이는 악순환을 낳는다.

적절한 분배 없는 성장은 지속될 수가 없다. 임금이 지나치게 낮고 이윤이 높으면 투자는 확대될 수 있으나 노동자들의 소비수준이 낮아 판로가 제한되고 생산이 확대될 수 없어 결국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 지나친 고임금은 이윤을 압박하여 투자를 위축시키고 지나친 저임금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적절한 임금과 이윤이 유지되어야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런데 성장이 지속되어야 분배가 개선되고 복지가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소득층의 분배가 개선되고 빈곤층의 복지 수준이 높아지려면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고 정부의 조세수입이 늘어나야 한다.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조세수입이 계속 늘어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특히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고 일자리가 늘어나야 노동자들의 분배가 개선될 수 있다.

따라서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성장을 무시할 수 없다. 성장 없이 노동자와 빈민의 분배와 복지가 향상되려면 정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다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결국 경제침체와 경제위기를 부른다. 그리스 발 유럽 금융위기는 바로 이러한 성장 없는 분배와 복지 추구가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진보진영은 진보적 성장론을 제시해야 한다. 진보적 성장론은 '성장론 없는 분배론과 복지론과 생태론'에 편향되어 있는 기존의 진보의 입장을 넘어서려는 새로운 진보의 입장이다. 그것은 '분배와 복지와 생태 없는 성장론'에 빠져 있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성장'을 초래할 보수적 성장론과도 구분되어야 한다.

생태계 보호를 강조하는 지속가능 성장론, 계층간ㆍ부문간ㆍ지역간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동반성장론,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투자를 통해 그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 기회를 확대하려는 포용적 성장론(inclusive growth) 등은 대표적인 진보적 성장론들이다.

부자와 빈자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비정규직과 영세 중소기업노동자와 실직자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가 매우 빈약하며,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진보적 성장론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지식과 녹색을 성장 동력으로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녹색성장론에 대해 진보진영은 대체로 냉소적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론은 4대강 사업에서 보는 것처럼 녹색을 심각하게 파괴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녹색성장 그 자체를 배격해서는 안 된다. 성장보다 녹색을 더 강조하는 진보적 녹색성장론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21세기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은 지식경제와 녹색경제가 결합된 '지식기반 녹색경제'이다. '모두를 위한 지식', '모두를 위한 녹색'이라는 키워드를 설정하고, 지식과 녹색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지속 가능한 성장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진보적 성장론의 과제이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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