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쾌거를 일군 허정무 감독이 또 다른 새 역사 창조에 도전한다. 허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26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16강전에서 남미의 전통 강호 우루과이와 대결한다.
이날의 결전을 위해 태극전사들은 남아공 현지에서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축하 파티조차 열지 않았다.
나이지리아와 비겨 한국의 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이 확정된 23일 새벽. 불면의 밤을 보낸 한반도는 온종일 축제 분위기였지만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태극전사들은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허 감독의 판단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축하 파티는 귀국해서 치르자. 우리는 16강에 진출할 만한 능력이 있었고, 그걸 이뤄냈으니 이젠 그 다음이 있어야 한다"며 선수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대표팀 사령탑 임기 연장설에 대해서도 "지금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단호하게 잘랐다. 최종 결과가 나온 후에 모든 것이 평가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대신 태극전사들은 서로에 대한 격려와 위로로 팀워크를 다졌다. 더반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나이지리아전에선 아빠가 된 철벽 수문장 정성룡(성남)을 위한 '득남 세리머니'와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뒤 만회골을 터뜨린 박주영(AS모나코)에 대한 격려가 쇄도했고, 경기 후엔 페널티킥을 내주는 아찔한 실수를 저질렀던 김남일(톰 톰스크), 수비 실책으로 첫 골을 내준 차두리(프라이부르크)에 대한 따뜻한 포옹이 이어졌다.
지난 5일 남아공에 입성한 허 감독은 "남아공에 한국 축구의 깊은 발자취를 남기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국인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며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지만 '1차 목표 달성'에 불과하다는 것이 허 감독의 마음가짐이다.
허 감독은 16강 진출의 여세를 몰아 '유쾌한 도전'에 가속을 붙인다는 각오다. A조 1위(2승1무ㆍ승점 7)로 16강에 오른 우루과이는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상대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에서 아직까지 남미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우루과이와의 A매치에서는 4전4패의 일방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승전고를 울린다면 다시 한번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다.
허 감독은 "만만히 볼 상대도, 두려워할 상대도 없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우리 실력을 펼치면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본다"며 우루과이를 맞아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허 감독이 '우루과이 징크스'를 깨뜨리며 '유쾌한 도전'의 2막을 열어 젖힐 수 있을지 기대된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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