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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블루 이코노미' 경제 살리는 혁신기술… "자연을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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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블루 이코노미' 경제 살리는 혁신기술… "자연을 따르라"

입력
2010.06.2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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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터 파울리 지음ㆍ이은주 등 옮김/가교출판 발행ㆍ448쪽ㆍ2만2,000원

환경 위기를 절감하는 기업인들은 지속 가능한 경제의 모델로 '녹색산업'을 제시하고 있다.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자동차나 야자 기름으로 만든 생분해성 세제 등 이른바 친환경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는 아니라고 말한다. 유럽연합의 미래 연구 모임인 로마클럽 회원이자 대안 경제를 모색하는 비영리재단 ZERI(Zero Emissions Research Instituteㆍ쓰레기 배출 제로 연구소)의 설립자 군터 파울리가 쓴 이 책은 녹색경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블루 이코노미'를 제안한다. 그는 야자유 세제를 생산하느라 열대우림이 죄다 야자수 농장으로 바뀌어 황폐해지면서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잃는 것을 보고 녹색경제는 '덜 나쁜' 방식일 뿐임을 깨달았다. 녹색경제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많은 투자와 지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 침체기에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블루 이코노미는 자연 생태계의 순환 시스템을 따라하는 경제를 가리킨다. 자연에는 버려지는 것이 없고 모든 생물종이 저마다 역할이 있어 전체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라, 생태계의 이러한 효율성을 모방하면 지구와 경제 둘 다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블루 이코노미를 위한 혁신기술과 실천 사례를 소개하면서 동참할 것을 권한다. 화학물질을 풀어 물을 정화할 게 아니라 물의 소용돌이 작용을 이용해 자연 정화를 하고, 화석 연료로 전기를 생산할 게 아니라 중력을 이용한 압전기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등 자연이 제공하는 놀랍고 우아한 해결책들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10년 안에 100가지 혁신기술이 1억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콜롬비아의 가비오타스 지역은 황무지로 변한 땅을 소나무와 버섯의 공생 관계를 활용해 울창한 우림으로 되살린 기적의 현장이다. 땅이 비옥해지면서 주민들의 수입이 증가했고 숲이 우거지면서 풍부해진 물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다.

서부 아프리카의 빈국인 베냉의 손가이센터는 사람과 동물이 배출한 쓰레기를 활용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도살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파리가 들락거릴 수 있도록 구멍을 낸 상자에 모아서 몽땅 처리하고, 거기 생긴 구더기로 물고기와 메추라기를 키워 수익을 내고 있다. 구더기의 효소는 상처 치료에 특효가 있어 제약회사들이 주목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있는 10층짜리 건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에어컨이 없는데도 늘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흰개미의 집 짓기 기술을 원용했다. 흰개미는 높은 탑을 쌓으면서 통풍구를 만들어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자연이 해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작은 투자로도 다각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자연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활용하고, 낭비도 부족함도 없는 것이 블루 이코노미의 특징이라고 요약한다.

저자는 자연이 가르쳐주는 혁신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블루 이코노미는 이상주의자의 백일몽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며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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