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휴대폰의 한글 문자판을 표준화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껏 국민들은 기기가 바뀌면 다시 사용법을 배우느라 애써야 했다. 그런데 이 작업은 과학적으로 잘 접근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는 입력 방식은 한글에 대한 정보과학적 지식이 부족할 때 나온 것으로서, 필자는 그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정부의 이번 표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밝히고 싶다.
첫째, 자음의 입력을 위해 최소 1개의 기능키는 필수다. 예를 들어 {ㄱ,ㅋ,ㄲ}을 하나의 키에 배열하였을 때 ㅋ 또는 ㄲ을 구현하는 방법은 2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제자리에서 2~3회를 치는 '제자리 타법'이고 다른 하나는 ㄱ 다음에 *키와 같은 키를 쳐서 ㅋ으로 변환시키는 '변환 타법'이다.
제자리 타법은 변환용 키를 쓰지 않지만, '국가'의 예처럼 ㄱ, ㅋ, ㄲ 간에 받침과 초성에서 부딪치는 경우, 받침 다음에 문자 완성의 신호를 반드시 해줘야 하므로 이러한 기능키가 필수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대신 '구카'와 같이 입력된다. 따라서 *키나 방향키로 문자완성 키 역할을 해야 한다. 제자리 타법은 운지거리에서 유리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받침-초성의 충돌현상이 단점이고, 변환 타법은 충돌현상이 없는 대신 복수의 키 및 운지거리가 단점이다.
둘째, 한글의 29개 자모(알파벳)를 배열해야 한다.. 세계의 휴대폰들이 해당 언어의 자모를 배열하고 있다. 말하자면 'ㅁ'은 하나의 자모인데 이를 획으로 분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훈민정음 창제 시의 생성 원리를 자판의 설계에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모의 빈도, 형태, 순서를 고려해서 배열해야 한다.
셋째, 이것은 중요한 점인데, 모음의 입력은 절대로 충돌현상이 없다. 이것은 현대 한국어가 가지는 훌륭한 특징의 하나이다. 과거에는 연구자들이 잘 몰랐고, 휴대폰 제조자들도 간과하고 있었다.
'ㄱ+ㅏ'나 'ㅏ+ㄱ'과 같은 자음-모음 간이든, 'ㅗ+ㅏ'와 같은 모음 간이든 충돌현상이 절대 없으며, 따라서 군더더기 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즉 10 개의 모음은 제자리에서 충분히 구현된다. 인간공학적 견지에서 볼 때 이동해서 두 번 치는 것보다 제자리 세 번이 유리하다.
이밖에, 중요한 문장부호가 고려되어야 한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일이지만, 문자 생활에 빈칸과 물음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영어의 경우 의문사로 시작하거나 동사로 시작하면 물음표가 없어도 의문문으로 이해되지만, 한국어는 예를 들어 '밥 먹었어'라고 하면 '먹었다'는 뜻인지, '먹었냐'는 뜻인지 모호하다.
덧붙여, 우리가 일반으로 보는 전화자판은 1-2-3이 맨 윗줄에 있는데, 계산기자판은 7-8-9가 맨 윗줄에 있다. 대부분은 1-2-3 형태이지만, 7-8-9 형에 매칭시킬 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표준화 대상은 배열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하나의 표준이 바람직하지만 만일 부득이하게 복수표준이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자음의 배열은 같아야 한다. 한글입력 방식에 관한 수백 건의 특허가 표준화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배열 자체만 국가에서 표준으로 정하고, 입력 방식과 기타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성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인정하는 것이, 그리고 필요하다면 원천특허가 소멸된 후 표준을 검토하는 것이 특허권 침해의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 최선책으로 본다.
김국 한국어정보학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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