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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뼈정우' 희생이 한국팀에 피와 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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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뼈정우' 희생이 한국팀에 피와 살이 됐다

입력
2010.06.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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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3㎝에 몸무게 71㎏. 가수 현철의 노랫말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가 떠오르는 가냘픈 몸매다.

한국 대표팀에서 유일한 군인(일병) 신분인 김정우(28ㆍ광주 상무)는 체격조건만 봐선 축구 선수로 낙제점이다. 특히 상대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라면 더욱 '아니올시다'다.

앙상한 몸매 때문에 '뼈정우'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라운드에선 '악바리'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강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해내며 한국의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탰다. 특히 그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월드컵 개막 직전 치른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세계적인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등을 완벽히 막아냈고, 조별리그 B조 1차전 그리스전에선 테오파니스 게카스(헤르타 베를린)-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의 핵심 공격라인을 무력화 시켰다.

16강 진출 여부가 걸려 있던 나이지리아전에서도 2-1로 앞선 후반 13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의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김정우가 한 발 앞서 걷어낸 덕분에 한국은 실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매 경기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쳐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다. 김정우가 최근 4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김정우는 희생과 성실성이 몸에 배여 사령탑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다. 23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김정우는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무려 10.667km(평균 9.766km)를 뛰었고,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도 4.487km나 달려 팀 내에서 최다 움직임을 기록했다. 즉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쫓아 갔다는 뜻이다.

후방에서 볼을 잡았을 때 공간을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좌우측면으로 이어주는 패스 능력이 뛰어나 수비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낸다.

그라운드에선 현역 군인답게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헌신성이 돋보인다. 본인을 낮추는 겸손함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김정우는 성남시절부터 '뼈주장'으로 통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희생이다. 이러한 장점을 잘 발휘해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돕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적이 있다. 김정우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간결한 패스, 좀처럼 밀리지 않는 몸싸움 등을 바탕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통뼈주장'으로 거듭났다. 그는 "우루과이전은 체력전이 될 수 있으니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축구명문 부평고와 고려대 출신인 그는 2003년 10월19일 베트남과 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지금까지 58경기 4골을 기록하고 있다. 2007년 7월18일 인도네시아와 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그는 중거리슛 능력이 뛰어나 16강전에서 '한방'을 기대케 만들고 있다.

더반(남아공)=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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