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 쌍두마차 중 하나인 LG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TV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휴대폰 마저 팔리지 않아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세계 3위를 달리는 휴대폰 사업은 2분기에 적자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TV와 휴대폰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 분석에 따르면 해외 법인 포함 2분기 매출은 1분기(14조4,000억원)와 비슷한 14조6,000억원대로 예상하지만 영업이익은 2,791억~3,254억원으로 1분기(4,890억원) 대비 40% 이상 줄어든다.
가장 급한 것은 빨간 불이 켜진 휴대폰 사업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스마트폰 위주로 바뀌는 세계 시장의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아이폰4, 갤럭시S 등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은 반면 LG전자는 시장 대응이 늦었다. 그렇다 보니 최근 북미 시장에 내놓은 스마트폰 앨리는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에서 보조금을 얹어 99달러에 판매하는 등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신흥 시장을 겨냥한 저가폰도 마땅한 인기 상품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처럼 연간 판매량이 1억대 수준인 업체들이 2억대로 도약하려면 저가폰으로 판매량을 늘리고 고가폰에서 이익을 남기는 투 트랙 전략을 써야 한다"며 "LG전자는 스마트폰 및 저가폰에서 쿠키폰 이후 마땅한 히트 상품이 없다 보니 투 트랙 전략에 실패해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2분기 휴대폰 사업은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에 휴대폰 사업에서만 43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도 2분기 휴대폰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1.4%로 적자를 예견했다.
한 쪽 날개인 TV 사업도 불안하다. 그동안 LG전자는 서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TV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 왔는데 서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 위기와 유로화 약세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소현철 신한투자금융 애널리스트는 "TV가 속한 HE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1분기 1,820억원에서 2분기 33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이상 기온이 이어지면서 믿었던 에어컨 사업도 영업이익률이 3~5%에 그칠 전망이다. 백종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어컨 예약수요가 몰리는 2분기에 전세계 날씨가 비교적 덥지 않았고 신사업인 LED와 태양전지 사업비용이 에어컨 사업 회계에 포함돼 영업이익률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가전 사업이 버텨내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추락을 막았다. 증권가에 따르면 가전 사업은 미국을 겨냥한 신형 세탁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가 늘어 영업이익률이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도 11만원을 오르내렸던 연초 대비 22% 곤두박질치며 이날 종가 기준 9만5,200원을 기록했다. 그 바람에 시가총액도 떨어져 LG그룹내 1위 자리를 LG화학에 내주고 말았다.
결국 화살은 경영진에게 쏠리고 있다. 2007년부터 LG전자를 이끌어온 남용 부회장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들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24, 25일 이틀간 열리는 LG전자 컨센서스 미팅을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구본무 회장과 남 부회장은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략을 점검하고, 일부 사업부문장에 대한 인사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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