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가 벌써 27년 전입니다. 아직도 그 때의 환희와 감동이 생생합니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2승1패를 거둬 8강에 올랐는데, 상대가 우루과이였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태극전사들이 8강을 놓고 다툴 바로 그 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참가국이 적어 16강 없이 바로 8강으로 갔습니다. 공격수였던 저는 20살(고려대 1년)이었습니다. 월드컵 2회 우승(30년ㆍ50년)을 이룬 나라여서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우리는 "우리 경기를 하자"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막상 붙어 보니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공격력은 뛰어났지만 수비력이 다소 떨어져 빠른 공격전개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을 참 많이도 괴롭혔죠. 당황한 우루과이 선수들이 굉장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후반 9분 저는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곧 바로 동점골을 허용했었죠. 연장전에 돌입했는데, 저에게 찬스가 와서 2-1 승리를 거둬 기적 같은 4강에 진출했습니다. 숨 막혔던 경기가 끝나자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얼싸 안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루과이가 그 때와는 많이 다르겠지요. 이번 월드컵에서 한 골도 실점하지 않는 등 수비 조직력이 탄탄해진 느낌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후회 없이 우리 경기를 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당시도 그랬지만, 우루과이 선수들은 굉장히 다혈질이고 거친 편이라 심리전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 합니다.
오랜 숙원이었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만큼 마음의 부담도 덜할 듯 한데, 정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기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태극전사 후배들이여, 파이팅!
단국대 축구부 감독
● 신연호 감독은
신연호(47ㆍ사진) 단국대 감독은 고교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금호고 3학년이던 1982년 대통령배 고교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뒤 고려대로 진학, 이듬해 세계 청소년대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멕시코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 우루과이와의 8강전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2-1로 승리, 원조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당시 대회를 통해 스타로 부상한 신 감독은 87년부터 95년까지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했으며 호남대 축구부 감독에 이어 대구FC 코치를 역임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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