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고위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프랑스 국영 라디오방송국 진행자들이 해고되면서 표현의 자유 및 정치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와 더타임스에 따르면 장 뤽 이스 국영 라디오프랑스 사장은 22일 자사 계열사인 프랑스엥테르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코미디언이자 정치 풍자가인 스테판 기용과 디디에 포르트를 해고했다. 라디오프랑스는 모두 7개의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 사장은 이들의 프로그램이 "심각한 지적 결핍 상태에 있다"며 "유머가 모욕이 된다면 다른 이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기용은 지난 2년 반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을 비판해 왔는데, 거명된 당사자들로부터 경계선을 넘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포르트는 사르코지의 정적인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에게 사르코지를 비난할 것을 촉구하는 언급을 했다가 지난달 경고를 받기도 했다.
텔레그라프는 이번 해고가 불가피하게 언론에 대한 정치적 개입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 사장은 지난해 사르코지 대통령에 의해 직접 임명됐고, 프랑스엥테르의 사장은 사르코지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의 친구이다.
텔레그라프는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이 매각을 추진 중인 유력 일간 르몽드의 편집국장을 불러 좌파 기업인에게 신문을 팔 경우 정부 지원을 끊겠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의 언론 통제 움직임을 지적한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년 전 국영 라디오 및 TV 사장을 자신이 직접 임명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한편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 당수는 23일 "풍자가들의 표현이 충격을 줬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특권은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 조롱할 수 있는 권리, 나아가 무례할 정도의 표현도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옹호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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